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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경섭 Dec 27. 2021

웃기는 준비물

규칙과 변칙

1화에서는 코미디 대본을 쓸 때 스터디했던 코미디의 공식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2화에서는 코미디에도 스토리텔링의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적었습니다.


첫 작품인 [장인정신]은 코미디 공식을 적용하여 만들었고, [좀비]는 스토리의 기본기를 갖추어 만들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서 두 작품을 이번편에서 소개하고 다음화로 넘어가려 합니다.


[장인정신]편을 통해서는 코미디의 필수 요소인 '규칙과 변칙'에 대해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인정신 ]


[1화]에서 소개해드렸던 코미디 공식 중 하나의 방법, ‘확장’을 응용해 만든 코미디입니다. 지난 편을 보셨다면 왜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영상 : https://youtu.be/MloFYxjvNv0

영상 내용 : 10년간 도자기를 빚지만, 스승에게 매번 “더 수련하거라”라는 말을 듣는 제자. 오기가 생겨 스승이 만든 도자기를 들고 스승에게 “이건 어떤가요?” 묻는다.



“이건 쓰레기야.”라는 말과 같은 장면을 반복하며 규칙을 만들었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규칙을 깨는 변칙을 보여주는 게 이 이야기의 재미 포인트입니다. 


규칙은 유머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유머는 해학이라고 하죠.

해학에 대한 정의를 위키백과에서 살펴볼까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 기형적인 것, 결함. 즉 보통의 규범적인 모양을 벗어난 것.

홉스 : 다른 사람에게 있는 기형적 형태, 또는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자기찬양의 열정을 느낀다고 보는 시각.

칸트 : 긴장된 기대를 하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해 버릴 때 일어나는 감정. 문제가 있어 보이던 것이 사소한 것으로 판명될 때 웃음을 기대한다.

쇼펜하우어 : 개념과 지각 간의 불일치가 웃음을 유발한다.


철학자들이 정의한 해학은 각기 뉘앙스가 좀 다르지만 '완전함, 규칙, 규범'에서 벗어나는 지점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일치합니다. 따라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규칙을 쌓아가야 합니다. 일종의 '빌드업'이 필요하죠. 그리고 쌓아놓은 규칙을 무너뜨리거나 벗어날 때 웃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는 이 지점을 '펀치라인'이라고 합니다. 저는 '변칙'이라고 적겠습니다.


이 [장인정신]편에서는 스승님이 무조건 '쓰레기다'라고 말하는 '규칙'을 깔았습니다.

그리고는 중간점 이후에는 스승님의 정체(?)가 밝혀지며 '변칙'의 파티가 전개됩니다.


[장인정신]에서 적용한 변칙

그냥 무조건 쓰레기라고 하기.

쓰레기가 아닌 걸 보고 쓰레기라고 하기.

정말 쓰레기를 보고 쓰레기라고 하기.

맨날 쓰레기라고 다 버리면서 정작 돈은 말없이 챙기기.

‘쓰레기’와 비슷한 말로 말장난하기.



이야기의 규칙과 변칙,

그리고 뇌절.


Tip. 변칙을 할 때, 창작자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규칙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변칙은 행성을 계속 도는 위성처럼, 완전히 규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일상에서도 “아, 제발 1절만 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비슷합니다. 규칙에서 너무 벗어나버리면 2절, 3절, 4절, 5절, 명절에는 큰절, 나루토 카카시 치도리 ‘뇌절’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즉, 너무 나아가면 본래의 의미와 완전히 무관해져 버리는 상황이 되지요.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규칙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감각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만화 ‘나루토’의 등장인물 ‘카카시’의 기술 이름이 ‘뇌절’




[ 좀비 ]


[2화]에서 적었던 것처럼, 이야기의 기본 요소인 3막 구조를 이용하여 만든 코미디입니다.

영상 : https://youtu.be/m55U7WwbN4o

영상 내용 : 좀비에 물린 친구가 자신이 좀비로 변하면 주저 말고 자신을 총으로 쏴 죽여 달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죽이려고 하니, 서운해한다.



[좀비] 편은 이런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자, 이처럼 코미디의 공식도 넣었고, 스토리텔링의 기본인 3막 구성도 잘 적용했는데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다음 글은 첫 작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담은 글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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