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텃밭일지
짧게는 잡으면 4년, 길게 잡는다면 7~8년 정도의 텃밭 경험으로 얻게 된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
첫 번째, 다양한 작물을 조금씩 심자.
상추를 많이 먹고 싶다고 모종 한 판을 사서 심는다? 배 터지게 먹고 주변에 나누어 주다 지쳐 결국 텃밭을 접게 되는 수가 있다. 상추라고 하더라도 청치마, 로메인 등 여러 종류로 심고, 겨자채, 케일 등과 같은 향채를 섞어서 심으면 샐러드로 먹기에도 좋고 쌈으로 먹을 때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모종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넉넉하게!
상추나 깻잎 같은 작물은 생각보다 크게 자란다. 물론 빼곡하게 심고 중간에 솎아서 먹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모종은 씨앗에 비해 비싸니 중간에 솎지 않고 키우는 것이 좋다. (씨앗은 500~1000 립에 1~3천 원 정도, 모종은 1개 당 300~500원 정도이다) 간격을 넉넉하게 두면 크게 자란다.
세 번째, 작물에도 궁합이 있다.
작물에는 같이 심으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같이 심으면 서로 좋지 않은 조합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토마토-바질 조합이다. 맛으로도 아주 잘 어울리는 둘은 같이 심었을 때 바질이 수분을 많이 흡수해 토마토가 터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더불어 바질이 토마토의 향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고, 토마토의 그늘은 바질의 잎이 질겨지는 것을 막아주는 환상적인 궁합이라는 것! 둘을 활용해서는 나와 조카가 아주 좋아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 수 있다.
네 번째, 해가 잘 드는 것이 무조건 좋지는 않다.
작물이 잘 자라는 데 해는 아주 중요하다. 그렇지만 상추와 같은 엽채류의 경우 강한 햇빛에 계속 노출되면 잎이 질기고 억세진다. 따라서 토마토나 가지, 고추와 같이 키가 크게 자라는 작물이나 호박과 같은 넝쿨 작물 아래에 심어 해를 어느 정도 가려주면 연하고 맛있는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
다섯 번째, 과실류는 엽채류보다 늦게 심자.
보통 4월 초 주말농장이 오픈한다. 상추 등의 엽채류는 생각보다 냉해에 강하기 때문에 이때 심어도 되지만 방울토마토나 가지와 같은 과실류는 그렇지 않다. 빨리 심고 싶은 마음에 4월 초에 심으면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 밤에도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4월 말이나 5월 초 정도가 적당하다.
이 정도가 텃밭을 시작할 때 내가 고려하는 점이다. 이를 기준으로 작물을 심기 전에 어디에 무엇을 얼마큼 심을지 고려하여 밭을 디자인한다. 올해 상반기에 심을 작물은 감자, 완두콩, 엽채류(상추, 깻잎, 케일, 겨자채, 루꼴라, 파슬리, 셀러리 등), 바질,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다.
감자는 작년에 수확했던 감자를 다시 심는다. 수확한 감자 중 상태가 괜찮은 것들을 겨우내 어두운 곳에 두면 싹이 나는데 이걸 다시 심는 것이다. 굳이 따로 씨감자를 사지 않아도 괜찮다. 직접 재배한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산 감자에 싹을 길러 심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완두콩도 작년에 수확했던 것을 잘 보관했다가 다시 심는다. 완두콩은 작년에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에서 대여받아 길렀던 것이다. 참고로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에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면 원하는 한 종류의 씨앗을 대여해 준다. 대여라고 칭하지만 반납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주는 것이고 이 씨앗을 기르거나 수확하여 반납하면 더 많은 씨앗을 빌려준다고 한다. (완두콩 반납하는 걸 까먹었다...)
엽채류나 허브, 과실류 모종은 보통 동네 화원에서 살 수 있다. 그동안은 동네에서 구입했지만 올해는 샐러드용으로 주로 먹을 듯하여 좀 더 다양한 모종을 사고 싶어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생각보다 싱싱하게 배송되어 왔다.
방울토마토와 가지 모종은 나중에 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