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의 낭만과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좋은 이유는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제주 살이. 얼떨결에 제주 동쪽 시골 마을에 잠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 짧은 여행이 아닌 제주에서의 일상적인 순간들은 어떨까.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주도민도 아닌 여행자와 현지인의 경계에서 보고 느끼는 제주.
내 방 창문을 열면 알록달록 지붕을 얹은 제주 집들과 얼기설기 쌓아놓은 듯 하지만 견고한 돌담들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푸른 밭들이 펼쳐져 있다. 그 풍경이 너무도 제주답고 정겨워서 아침에 눈을 뜨면 일부러 창문을 열고 창밖 풍경을 한참동안 멍하니 내다본다. 집 옥상에 오르면 바다 건너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시야에 걸리는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시원스레 넓게 트인 하늘의 고운 일몰도 볼 수 있다.
집에서 산책을 나가는 길가에 서서 저 멀리 서쪽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풍경 사이로 한라산이 아스라이 그 모습을 보인다. 흐린 날의 한라산은 희뿌연 구름을 덮고 있고 맑은 날이면 맑게 갠 하늘 아래로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높고 낮은 산들 사이로 가장 웅장하게 솟아있는 한라산의 모습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위엄이 있어 매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들게 한다.
이렇게 그림 같이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제주지만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육지 사람에게 섬 생활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작은 마트에 한번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하고 생전 처음 듣는 제주 방언에 동네 어르신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도시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는 사소한 일을 하나 처리하기 위해 가깝게는 읍내, 멀리는 제주시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할 때도 많다. 초록초록한 자연에 둘러싸여 사는 대가로 늘 벌레와의 전쟁을 치러야하고 낭만적일 것만 같았던 바닷가 집에 대한 로망은 마치 태풍처럼 거센 바닷바람이 온 집안을 무섭도록 흔들어댈 때마다 조금씩 무너지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기쁨이 큰 만큼 이처럼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하는 제주 살이지만 그래도 제주 자연이 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제주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그 어떤 일이 마음을 괴롭혀도 늘 한 결 같이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제주의 바다와 숲 그리고 오름의 너른 품은 늘 우리를 넉넉하게 안아준다.
Book <열두 달 제주> 내가 사랑한 제주, 일러스트 다이어리 북 글/그림 안솔
Copyrightⓒ 2017 안솔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l_ahn_/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ha4090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olahn.art
이메일 solahn.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