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주의 밤을 맞이했을 때에는 도시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 짙고 긴 어둠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빛을 밝혀주던 동네 가게들은 모두 일찍이 문을 닫고 깜깜한 골목을 유일하게 비추어주는 가로등들은 너무 희미하거나 아니면 그조차도 아예 없거나. 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고 고요하고 적막한 제주의 밤. 평생을 밤 부엉이 같이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온 나 같은 이들에게는 더 길고 어둡게 느껴지는 밤이다.
도시에서는 어둠이 내려앉은 후에도 즐길 거리가 넘쳐나고 잠들지 않을 이유도 넘쳐난다. 반면 이 섬은 밤이 되면 이따금씩 지루하다 느껴질 정도의 적막만이 감돈다. 도시에서는 늦은 밤에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카페조차도 일찍이 문을 닫고 시골 동네에 그나마 한 개 있는 작은 편의점은 새벽 1시면 문을 닫는다.
밤의 도로는 너무 깜깜하고 휑해서 주변에 다른 차가 없으면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것이 일상이 되고 사방이 암흑 같아서 사이드 미러를 접었는지 폈는지조차 모른 채 몇 미터를 가는 우습고도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밤이 지루해 어딘가를 가려고 길을 나섰다가도 컴컴한 도로에 달랑 나 혼자뿐인 것이 무섭게 느껴져 발길을 돌린 적도 여러 번.
이곳에 와서야 깨달은 것은 자연 그대로의 밤은 본래 어두운 것이 당연하고 해가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평생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에 길들여져 살아왔기에 처음에는 이런 밤들이 지루하게만 느껴졌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다 보니 이제는 바깥보다는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이 어둠이 썩 나쁘지 않다. 게다가 그 짙은 어둠 덕분에 제주의 하늘에는 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니 제주의 밤은 어쩌면 도시의 화려한 밤보다도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
Book <열두 달 제주> 내가 사랑한 제주, 일러스트 다이어리북 글/그림 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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