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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갓생기획소 #2

by 솔라담



◇갓생기획소◇

♧ AI가 설계하는 당신의 새로운 일상!

♧ 매일 똑같은 하루에 지치셨나요?

♧ SNS 속 그들의 삶이 부럽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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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용자 후기 - "인생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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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기획소를 깔았다. 평점 4.8. 리뷰 수만 개.


"당신이 꿈꾸던 삶, AI가 현실로 만들어드립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나는 변하고 싶었다.




1. 설치


내 고등학교 3년은 지옥 같았다. 그때 귓가에 들러붙은 말들은 아직도 이명처럼 남았다.


'어름 쟤는 아직도 혼자 밥 먹냐?'

'고1 때부터 일진 애들한테 완전 찍힌 거 쟤 맞아?'

'쟤 얼음 속에 반지 얼려서 고백했었다며? 그래서 '어름' 된 거라며 진짜 개웃겨.'


고1 여름, 한 여자아이에게 어설프게 고백을 한 이후 내 고등학교 생활은 완전히 망가졌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 아이가 일진 무리 한 놈의 여자친구일 줄은. 결국 책상 위 졸업 사진 속에는 엄마와 나 둘만 세상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새옹지마라 했던가. 혼자 있는 시간은 넘쳐났고, 그 시간에 공부에만 매달렸다. 덕분에 실업계인 우리 고등학교에서 유일하게 2호선 라인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건 지옥 같던 3년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었다.


사실 나도 원래부터 구석 자리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초·중학생 때만 해도 나름 활발한 아이였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떻게 말을 거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이거다. '갓생기획소'


"지금의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새로운 당신을 설계하세요."

-앱을 설치하겠습니까?-

바뀌고 싶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 지체 없이 화면을 터치한다.

"네."

최초 고객 설정을 위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취미와 관심사를 적어주세요.-

'숏츠, 게임'

-어플 설치의 목표를 적어주세요.-

'친구 만들기, 여친 만들기'

-현재 가장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적어주세요.-

입력창을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적었다.

'친구가 없어서 뭘 해야 할지. 아니, 뭘 좋아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이어진 문답이 끝나고 로딩 화면이 돌았다. 분석이 끝나자 내 프로필이 생성됐다.

-알에서 가장 늦게 부화한, 쓸쓸히 꽁꽁 얼어붙은 병아리-

병아리라니. 생각보다 귀여운 단어에 마음에 들어 웃음이 나왔다.




2. 튜토리얼


미용실에서 나온 내 모습이 낯설다. 항상 집 앞 '헤어블루'만 가봤었는데, 번화가의 미용실이라니... 1년 치 이발 비용이 한 번에 날아간 것도 충격적이다. 갓생기획소가 추천한 '투블럭 펌'인데, 내 눈엔 너무 어색하기만 하다.


'고객님 정말 잘 어울리세요.' 미용실 직원의 말은 진심인지, 영업멘트인지 가늠이 안 된다. 사람이랑 대화를 너무 안 해서일까...


그래도 거울을 보니 마음에는 든다. 갓생기획소 지시대로 두 달 동안 죽어라 살을 뺀 보람이 있는 걸까.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두 번째 미션 : 체육복 대신 와이드 진에 오버핏 티. 흑고래 에어포스 필수.-


갓생기획소의 지시를 따라 옷을 사러 간다. 부모님이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서 받은 두둑한 용돈. 이걸 언제 다 쓰나 했는데 그게 오늘이구나...


'이 돈이면 원하던 그래픽 카드를 살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에, 저렴한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갓생기획소의 답변은 단호하다.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마세요.-


-세 번째 미션 : SNS 시작. 첫 사진은 성수동 카페에서.-


팔로워가 0인 새로 만든 계정. 미심쩍은 마음으로 어플이 정해준 시간에, 어플이 보정해 준 사진을, 어플이 적어준 해시태그, 문구와 함께 올린다. 올리기가 무섭게 '띠링띠링' 스마트폰이 울렸다. 난생처음 듣는 알림 소리. 확인을 하니 sns의 '좋아요'였다. '날 언제 봤다고 '좋아요'를 누르지...?' 궁금증도 잠시. 띠링띠링 계속 멈추지 않는 알람이 신기하다. 얼마 전 난생처음 마신 맛도 없던 술. 멀쩡하다가, 일어서려니 갑자기 몸이 안 움직여 얼마나 놀랐던지 모른다. 지금 기분은 그딴 것 보다 훨씬 좋은 취기였다.




3. 레벨업


새 학기의 시작. 어플의 미션은 SNS의 영역을 넘어 교우관리와 학교생활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자신감 있게, 한 톤 높여서 큰 목소리로 말하세요.-

-담배는 고3 때 스트레스로 잠깐 피웠다가 끊었다고 하세요.-

-술은 절대 취하지 않을 정도만 마시세요.-


어플의 미션을 하나씩 따르다 보니 어느새 구석자리가 아닌, 동기들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 있었다. 생각보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아, '나 꽤 인기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자신감이 피어오를 때, 귀신같이 알람이 울렸다.


-나대지 마세요.-


냉정한 녀석. 어플의 도움 덕인지 먼저 밥 먹자며 다가오는 동기도 생기기 시작했다. 술자리에도, MT에도, 생일파티에도 초대를 받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일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어느새 SNS 팔로워도 500명을 넘었다. 갓생기획소가 추천한 콘텐츠들. 우리 학교의 이모저모, 학교 근처 팝업스토어, 성수동의 힙한 카페들. 학교가 성수동에서 가까운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어플에서 알려준 조명, 필터, 보정법, 사진의 구도. 주위에선 항상 물어봤다. "너 사진 진짜 잘 찍는다. 따로 배운 거야?", "우리 나중에 워터파크 갈 건데 같이 가자. 우리 셋 사진 좀 네가 찍어줘~"

불과 한 달 만에 저장된 번호도 늘어나고, 어색했던 대화도 자연스러워졌다. AI가 설계한 '나'는 꽤 성공적이었다.




4. 버그


어느 날 점심 무렵, SNS에 도착한 DM. 낯선 ID다.

"어름 뭐냐? 너 맞냐? 어름 맞아?"


x발. 조판수다... 고등학교 일진 무리 중에서 가장 악랄했던 놈. 당시 한창 유행하던 영화 악역의 이름이 별명으로 붙은 놈이다. 내겐 그 영화 속 악역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잔인했던 놈. 모두가 악의를 담아 부르던 별명인데, 그게 지 맘에 들었었나 보다. 지금 SNS 닉네임도 판수인 걸 보니...


하필이면 내가 고백했던 아이의 남자친구이기도 했다. 즉, 내 3년을 통째로 망가뜨린 원흉이었다. 순간, 다시 학교 화장실 구석으로 끌려 들어온 듯한 기분. 손이 벌벌 떨려 스마트폰을 놓칠 뻔했다. 그때의 무력감이 올라온다.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대로 얼어붙은 채 있는데 SNS 알람이 연달아 울린다.


'와. 읽씹 뭐야? 많이 컸네?'

'읽씹 개빡치는데 너 지금 찾아가서 진짜 컸나 확인해 줄까.'


진짜로 눈깔이 돌면 내가 어디 있든 찾아올 놈이다. 퍼뜩 끼치는 소름에 정신을 차린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갓생기획소'에 물어볼까...


갓생기획소의 조언은 의외였다. '판수야 정신 차려.' 라는 답장을 하라고...? 미심쩍지만 기계적으로 따랐고, 곧이어 분노에 찬 판수의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지금 출발한다.'며 올린 오토바이 사진까지...


정확히 갓생기획소의 예측대로다. 그리고, 어플의 다음 지시는 더 대담했다. 지금까지 온 메시지들을 모아서 sns 포스팅하라는 것이었다. 될 대로 되라지. 나는 그 지시를 따랐다.


"성인 되어서도 고등학교 때 일진 놀이 하는 사람이 있네요. 스무 살 너ㅁ어서 이런 DM이라니 ㅋㅋ 다들 이런 사람 조심하세요."

갓생기획소가 추천한 문구도 덧붙였다.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오타가 났지만 그대로 등록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엥 아직도 이런 놈이 있어요?"

"완전 한심하네요. 나이 먹고 일진질이라니."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심지어 고등학교 동창들의 댓글도 달렸다.

"나도 얘한테 당했었어. 진짜 아직도 저러네."

"드디어 누가 말해줬네. 근데 올린 이건 누구야?"

"판수 sns 난리 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승리


판수의 sns는 말 그대로 수많은 악플의 폭격을 받고 있었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보이는 새로운 욕설들. 얼마 지나지 않아 판수는 sns를 비공개했고, 내게 더 이상의 DM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DM이 왔다. 프로필도 없는 갓 생성한 계정. DM의 첨부파일에는 판수가 단톡방에 쓴 '어름 새끼 찾아가서 눈깔 파버린다. 빨리 그 새끼 주소 찾아와.' 같은 협박들이 캡처되어 있었다. 날 선 협박에 머리가 쭈뼛 서는 듯했지만, 갓생기획소는 오히려 잘 되었다며 두 번째 폭로를 지시했다. 나는 지체 없이 그 캡처 사진도 sns에 올렸다. 다시 한번. 어플이 정해준 문구와 함께.


'3년간 참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벗어날 수 없나 보네요. 저를 살려주세요.'


이번 글의 파급력은 차원이 달랐다. 어느새 sns의 수준을 넘어, 온 커뮤니티가 판수로 도배되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내가 던진 작은 덩어리에는 뼈와 살이 붙기 시작하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날뛰고 있었다. 그동안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모든 이들의 증언이 먹이가 되어 끝없이 몸을 불리는 괴물. 나는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 손을 떠난 괴물을.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얼마 후, 판수의 sns에 장문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지난 과오를 모두 인정하며 이제 어떤 잘못도 하지 않겠다고. 어떤 보복도 없을 것이고, 정말 죽은 듯이 살겠다는 내용. 믿기지가 않았지만, 깊이 고개 숙인 사진까지 같이 올라왔다. 문신까지 가린 채.


이게 현실인가 의심스러워질 무렵, 지난번 그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새로운 DM이 도착했다. 판수가 일하는 곳 사장이 그를 죽도록 두들겨 패고 강제로 시킨 사과라는 것. 얼굴이 팔리면 안 되는 직업인데, 일을 키웠다고 혼쭐이 났나 보다. 그 덕에 실제 보복은 없을 테니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미안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창피한 줄 아는 놈도 하나쯤은 있었구나.


판수가 아무리 우리한텐 그렇게 날뛰었어도 위에는 위가 있었던 거다. 그나저나 얼굴이 팔리면 안 되는 일이라니... 대체 뭘 하는 걸까.


아무튼 승리다!

지난 3년. 굴욕의 시간. 가슴속에 묻고 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내가 이겼다.

전 국민에게 얼굴을 팔린 판수. 다시는 그 낯짝을 들고 다니지 못하리라.

내가 이긴 거다. 이제 저 자식과 마주쳐도 얼어붙지 않을 것이다.

승리감. 압도적 승리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승리감에 취해 떨린다.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른다!

내가 이겼다!!!




6. 악플


그 후, 한 달여나 지났을까. 내 생각보다 승리의 짜릿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 sns에는 이상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벽에 피어나는 곰팡이처럼, 지워도 지워도 끈질기게 피어나는 악플들.


'님 근데 과거엔 찐따였다면서요?'

'과거 세탁하고 인싸인 척하는 거 소름 돋네 ㄷㄷ'

'이거 완전 갓생기획소 바이럴 마케팅 아니냐?'

'쪽팔리게 진짜 갓생 그거 쓰는 사람이 있어?'

'사실 다 당할만하니까 당하는 거 아님?'


처음에는 애써 무시했다. 갓생기획소 역시 팔로워가 늘면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정면 돌파'를 조언했다. 나는 어플의 지시대로 더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더 화려한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진 속 함께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하고 '좋아요' 숫자는 정체됐다. 셀 수 없이 달리던 응원 댓글도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분명 나는 승리자인데, 무엇이 잘못된 걸까.


결정타는 누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내 고등학교 시절 사진이었다. 퉁퉁한 얼굴, 더벅머리, 잔뜩 주눅 든 어깨. 그리고 그 사진 밑으로 거짓과 조롱으로 버무려진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쟤 사실 스토커였음. 여자애가 싫다는데 쫓아다니다가 왕따 된 거.'

'얼음 속에 반지 넣어서 고백한다고 쌉치다가 가방이랑 책 다 젖은 거 개웃겼는데.'

'구석에서 혼자 이상한 책만 보고 혼자 밥 먹고 아무도 대화 안 해봤을걸?'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라고.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너희들의 뒤틀린 시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너희가 나를 무시하고 왜곡해 놓고, 이제 와서 그걸 진실인 양 퍼뜨리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스마트폰 위로 떨어진 굵은 방울 때문에 화면이 제멋대로 움직이다 멈춘다. 멈춰 선 그곳에도 새로운 악플뿐이었다.




7. 시스템 오류


나를 향한 악플은 내 과거 게시물까지 파고들었다. 같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에게도 불똥이 튀는 상황. 아무래도 판수를 향했던 괴물은 마치 아귀처럼 끝없이 먹잇감을 찾다가, 결국 나를 향한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원하던 sns 조회수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 다만 '정의의 폭로자'에서 하룻밤 만에 '웃기는 구경거리'로 전락했을 뿐이었다.

갓생기획소에 sns를 비공개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무관심보다는 관심이 무조건 좋습니다. 실제로 조회수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악플은 멈추기 마련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승리자입니다.-


몇 번을 물어도 어플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정말 그럴까. 정말 나는 승리자일까.

수업을 마치고 과방에 들어가려는데, 문틈으로 익숙한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야, 걔 진짜 소름 돋지 않냐? 인싸인 척 오졌는데ㅋㅋ"

"그러니까. 옛날 사진 보고 완전 놀랐잖아. 근데 넌 걔 귀엽다며?"

"뒤질래? 술 먹다 장난친 거잖아. 짜증 나게."


여름에 워터파크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던 아이들. 오늘 아침에도 웃으며 인사했었는데... 혹시라도 발소리가 들릴까 봐, 나는 숨을 죽인 채 뒤돌아섰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8. 중간 결산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에 침대 구석에 앉아있는데, 갓생기획소에서 '6개월 사용 분석 리포트'가 도착했다.


> 분석 결과, 사용자님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 외모 개선: 목표치 200% 달성 - SNS 영향력: 목표치 320% 달성 - 관계 형성: 목표치 140% 달성

> 특이 사항: sns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벤트'의 승리자입니다.


승리자? 순간 쓴 물이 울컥 올라왔다.

내가 대체 무엇으로부터 승리했다는 거지?

그 잠깐의 통쾌함? 그 대가로 내가 얻은 건 뭐지? 나는 홀린 듯 판수의 SNS에 들어갔다. 비공개는 풀려 있었다.


'우리 판수한테 악플 다는 새끼들, 다 찾아가서 죽여버린다.'

최상단에 고정된 글. 그 살벌한 선언 때문인지 그곳에는 단 하나의 악플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아래로는 학창 시절의 무리들과 어울려 노는 사진들만 가득했다. 마치 이곳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판수는 패배한 게 아니었다. 다만 잠시 불편했을 뿐, 그의 세계는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럼, 나는 뭐지. 내가... 그러니까. 둘 중에 진 것은 나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우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갓생기획소의 새 알림이었다.

> 경고 : 최근 1주일간 조회수가 48% 하락했습니다.

> 권장 사항 : 가장 반응이 좋았던 주제는 사용자님 학창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힘든 시기를 이겨냈는지, 지금 가해자들은 얼마나 고통받는지에 대한 포스팅을 추천드립니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친x끼"


-이 앱을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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