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비처럼 변신할 수 있을까?

초등 3~4학년 대상 배추흰나비 한살이 숲해설

by 허영회

곤충이 싫다는 사람도 나비는 좋다고 합니다. 꽃밭과 나비를 함께 연상하니까요. 나풀나풀 날갯짓에 무늬와 색이 드러나 호감이 갑니다. 그러나 나비 애벌레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심합니다. 꼬물거리는 이질적 움직임은 징그럽고 털북숭이 애벌레는 쏠 것 같은 인상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동물 새끼는 예뻐하면서 나비의 새끼인 애벌레에는 극과 극의 반응을 보입니다.


곤충 하면 무얼 먼저 떠올리시나요? 모기 파리 바퀴벌레 같은 불쾌하고 불편한 위생 곤충이 일단 생각나셨다면 위험회피 본능에 충실한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입니다. 숲해설가 양성 교육을 받을 때 곤충 수업은 관심 없으니 재미도 없어 괴로웠답니다. 숲해설가가 되고서도 멀찍이서 바라보며 거리유지를 했지요.


하지만 직접 숲해설을 하면서 절박함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장에 움직이는 벌레 한 마리 나타나면 아이들은 우르르 그쪽으로 몰립니다. 벌레에 관심 많은 몇몇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무섭다 징그럽다 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궁금증을 숨기지 못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개미 공벌레 지렁이 같은 토양생물과 각종 애벌레에 호기심을 보입니다. 공룡보다 눈앞의 개미에 빠지는 곤충기 특성입니다. 뒷전으로 팽개쳐진 해설, 벌레에 밀린 뻘쭘한 해설가. 아이들의 쏠림을 말리며 내 뜻대로 강제할 재간이 없습니다. 먼저 책으로 시작한 공부, 오만상을 찌푸리며 벌레를 보고 글자를 읽었습니다. 아! 반성합니다. 얼마나 편견으로 편협하게 그들을 인식했는지... 뭘 모르니 불안과 두려움에 겁을 먹었고 이상한 생김새를 싫어했던 게지요. 나비 애벌레와 처음 악수 한 날, 여중생들 앞에서 전문가인 양 내 손등에 애벌레를 올렸을 때 그 쫄깃하고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벌레와 곤충은 같은 말일까요? 벌레를 더 하찮게 버러지 벌거지로 부르기도 합니다.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은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말이지요. 벌레는 작고 꿈틀거리는 모든 동물로, 벌레 〉곤충의 등식이 성립합니다. 곤충은 벌레 중에서도 머리가슴배로 나뉘는 몸통과, 두 쌍의 날개에 다리 여섯 개를 가진 몸 구조를 가집니다. 몸속에 뼈가 없는 대신 몸의 껍질이 뼈 역할을 해서 자라려면 뼈옷인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척추동물이라고 하지요. 척추가 없는 동물 97%가 3%의 척추동물을 직간접적으로 먹여 살립니다. 지구상의 식물이 26만 종인데 비해 이름을 얻은 곤충이 100만 종 이상입니다. 종다양성을 가진 생물로 어느 곳에나 존재하면서 생태계 평형을 유지하지요. 나비와 나방을 포함하는 나비목 애벌레는 포식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의 소시지입니다. 식물의 섬유소를 단백질로 바꾸는 능력이 있기에 육식 포식자에겐 꼭 필요한 먹이지요. 새끼를 기르는 새는 이 애벌레로 이유식과 영양식을 한답니다. 텃새들이 애벌레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이유입니다.


초등 3학년 과학 교과 ‘동물의 한살이’ 단원에 배추흰나비 한살이 과정이 있습니다.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나비가 되기까지 실제 교실에서 관찰하며 길러보지요.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날개를 단 성충으로 변하는데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달포가량 걸립니다. 애벌레 시절엔 오로지 먹는 일에만 전념해 먹고 자고 싸는 먹깨비로 몸무게를 2000~3000배나 불립니다. 성충과 달리 정교한 신경계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기에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이때 축적한 에너지로 번데기 기간을 거친 후 날개를 달고 나오는 성충이 신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3~4학년 숲체험 활동은 이 경험을 바탕 삼아 ‘나도 나비처럼 변신할 수 있을까?’란 주제로 진행합니다. 우리도 변신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변화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아기 때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 보고, 줄넘기 실력이 늘어난 경험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사람은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하기에 나비 같은 극적인 변신은 안 되지요. 그래서, 인류는 상상력으로 변신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었답니다. 변신하는 주인공에 욕망을 투사하고 매혹당하면서요. 곰이 여자로 변하는 단군신화, 구미호와 도깨비 이야기에, 그리스신화의 제우스는 빗방울로 변해 스며들기도 합니다. 현대엔 과학기술의 힘으로 배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며 장난감 로봇도 변신합니다. 변신 이야기는 끝없이 변주되며 소비하는 문화입니다.


배추흰나비가 낳은 알이 모두 나비가 될 수 있을까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그림책은 알에서 나비 한 마리가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빗방울에 익사하는 애벌레, 기생파리나 고치벌의 숙주로 기생당하고, 거미와 쌍살벌 새의 먹이가 되는 허들을 넘어야 비로소 나비가 됩니다. 사람도 병들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과 힘든 고통을 거치면서 성인이 됩니다. 사람의 성장 과정도 나비 한살이와 유사합니다. 다만 나비는 시간을 압축하고 사람은 긴 시간의 흐름이 다를 뿐입니다.


나비 한살이 과정을 놀이로 하고 나서, 나비가 되지 못했다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하지요. 죽은 애벌레는 자연에서 먹이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고. 활동을 마치면서 어떤 변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개 처음 말하는 아이를 따라가는 패턴으로 초능력을 원합니다. 투명 인간이 대세인 가운데 자기 집의 반려견으로 변신하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답니다. 변신해서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피하고 싶은 희망 사항이 많습니다. 아이들 삶이 팍팍하게 느껴져 가슴이 답답하지요.

“친구들은 현재 애벌레 상태이니 뭘 해야 할까요?”

“먹고 자고 먹고 놀며 키가 크는 일이요”

“맞아요.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니 무엇을 더할지 생각해야겠지요?”

아뿔싸! 사람값 하라는 주문을 사족처럼 붙입니다.

20250702_203356.jpg

흰색에서 노랗게 변하는 알

알에서 나온 애벌레는 자신의 껍질을 먹어 양분을 보충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20250702_203519.jpg

1~2령 애벌레와 3령 이상된 애벌레

4번의 허물을 벗을 때마다 사람의 나이처럼 령으로 표현

BandPhoto_2025_07_02_19_51_47.jpg

주변 환경 색깔에 맞추는 보호색을 띤 번데기

BandPhoto_2025_07_02_19_50_13.jpg

우화 직전 눈동자와 날개가 비춰 보이는 번데기

BandPhoto_2025_07_02_19_48_02.jpg

꿀을 먹는 대신 꽃가루를 이동시켜 알찬 열매를 맺게 도와줘

BandPhoto_2025_07_02_19_49_21.jpg

짝짓기 후 알을 낳으면 한살이 완성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에 기르기 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