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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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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레일 힐링 May 17. 2023

바닷속 물고기

자유롭습니다

30 초반 그녀, 혼자가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녀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에 있으면 속이 뻥 뚫린다. 어느 날 그녀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야겠다 결심을 하게 된다.


해외여행이 익숙지 않은 그녀, 두 번째 혼자 여행이다. 필리핀 스쿠버 다이버 강습소를 방문한다.


물속에 들어가려면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번쯤은 해야겠다 생각한다.


PADI 스쿠버 다이빙 오픈 워터 강습 시작


’ 바닷속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시 써야 하는 게 시험이라고?  바닷속에 들어가기가 어렵네.‘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로 나아간다. 동남아의 바다는 맑고 깨끗하다. 스노클링을 즐겨도 딱 좋은 물이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입수


강사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바닷속은 우주 그 자체였다. 물이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녀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바닷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웅~~~”


징소리인지, 아닌지 귓가에서는 멀리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메시를 전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바닷속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반짝거린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며, 오롯이 바닷속에 혼자 있는 그 순간 그녀는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내가 자유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물속에서이다. 특히 바닷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몸이 기억하는 물에 대한 기억은 편안함과 평화로움이다. 물속에 가라앉아 물이 나의 살갗에 물이 닿을 때, 나는 물과 하나가 되며, 더 나아가 대양과 하나가 된다. 그때 나는 우주를 느낀다.


아이를 아이 아빠에게 맡기고 “엄마”와 “아내”의 옷을 벗어던지고 집을 나왔던 10년 전 처음에는 훨훨 날아갈 것 같았지만, 아이의 방을 내 가슴 깊은 곳에 열어둔 탓인지 그 공허함은 어떠한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었다.


유일하게 물속에서만 나는 채워졌으면, 자유로웠다. 아이를 놓아두고 온 죄책감 그리고 과거가 무게가 나의 족쇄가 되어 땅 위에서 걸어가는 나의 무게감은 두 배이상 아니 그 보다 더 무거웠던 것 같았다.


물속에 들어갈 때만 유일하게 나는 그 족쇄를 풀었고, 물이 내 살갗에 닿는 순간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 현재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진정한 매직을 일으키는 현재의 나는 과거의 몸의 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나를 이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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