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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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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레일 힐링 May 08. 2023

벼락 맞은 아이

안전하지 않아요

11살 꼬마가 책상 앞에 앉는다. 공부를 하려는 듯 문제집을 펼쳤다가 연필꽂이에 있는 볼펜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볼펜을 집어든다. 볼펜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볼펜심이 나오는 까만 부분과 몸통 하얀 부분에 이음새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는 볼펜 부리와 몸통을 분리하여 볼펜 심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 안에는 뭐가 있는 거지? 한번 잘라볼까?'


아이는 종이 위에 볼펜심을 잘라본다. 볼펜 심 안에서 까맣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나온다. 손에 묻으니 끈적거린다. 재밌어 보여 한참을 종이에다 그려보고 관찰 중이다.


방문을 열고 아이의 아빠가 살며시 들어온다. 아이가 공부한다고 들어간 것이 기특한 모양이다. 그는 아이의 어깨너머 아이의 행동을 살펴본다. 자신의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그 순간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퍽, 퍽'


그는 손바닥으로 아이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아앙...'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날벼락을 맞았다.




강렬했던 몸의 기억 중 하나는 '안전'에 대한 것이다. 무엇에 대한 '안전'이냐면, 내가 가장 중요하고 기뻐하는 일을 할 때, 누군가가 그것을 다 망쳐 놓지 않을까에 대한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이 발단이 되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몸은 가장 중요하고 기쁨을 향해 가는 순간 동시에 안전하지 못함을 느낀다.


'그 안전한 하지 못하다'의 몸의 반응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솜털이 곤두선다. 그에 대한 나의 대처 방법은 집 안에 온전히 혼자 있는지 재차 확인하고, 방문을 걸어 잠겄는지 확인하며, 가족들이 언제 들어오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이 된 다음 좋아하는 일들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한참 하고 있다가도 방문 소리, 현관문 소리, 인기척이 들리면, 다시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한다. 강렬할 때에는 공포로 다가와 심장을 죄어온다.


'오롯이 혼자 있지 않은 한 어떠한 곳도 안전하지 않다'라는 몸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할 때, 불안한 가운데 이것을 완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나간다. 온전히 100% 집중할 수 있을까? 100% 집중하고 싶은데, 여전히 몸의 반응은 두근거림, 긴장이 엄습한다.


오래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안해도 한다는 것, 해 낸다는 것, 스피리츄얼 힐링의 경험 이후로는 '안전하지 않다'라는 몸의 기억이 '안전하다'라고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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