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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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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레일 힐링 Jun 22. 2023

삐-- 듣고 싶지 않아요

"OO야! 이건 어떻게 하니?"

"OO야! 너 준비는 다했니?"

"OO야!...."OO야!...."OO야!...."OO야!...."OO야!....


그녀는 집으로 다시 들어오기 전 부모님과의 관계가 편해졌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들어온 첫날부터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대자, 결국 그녀는 "삐----"소리와 함께, 그들의 음성이 울리며 들리기 사작한다. 아마 그녀의 몸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그녀는 항상 이어폰을 귀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은 그녀에게 지옥 같은 곳이다. 가능한 한 그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새벽녘에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직장생활을 한 후부터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기에, 이어폰은 필수품이다.


음악을 듣는다. 저 멀리 들려오는 고래들의 노랫소리는 그녀를 먼 바닷속으로 옮겨준다. 지하철 안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눈에 떼 지어 몰려다니는 물고기 떼로 보인다. 그녀는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는다.




이명이 잦았다. 특히 부모님의 걱정에 앞서 쏟아내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의 귀에는 유리 조각처럼 박혀, 결국 나의 몸은 이명을 빌려 귀를 닫았다. 실제로 잘 들리지 않았다. 청력 검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의식적으로 귀를 닫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서의 별명은 '사오정'이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천둥소리, 빗소리, 바닷소리 등 아무리 큰 소리에도 잠에서 잘 깨지 않는다. 편안함을 느낀다. 인공적인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에는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차가 생기기 전까지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을 많이 했다. 출퇴근, 혹은 학교를 오갈 때 나는 주로 사람이 없는 시간을 선택하지만, 사람들을 피할 수 없는 시간에는 이어폰을 놓지 않는다. 돌고래 소리를 들으면, 혹은 저 우주로 데려다주는 가수의 음성을 들으면, 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 쳐, 지옥철을 손쉽게 평화의 장소로 만들어놓는다. 그렇다면, 굳이 이명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었다.


현재는 이어폰도, 이명도 내게 필요는 없다. 나를 방어하지 않아도, 내가 보호가 될 수 있는 많은 tool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은 사람을 피할 이유도, 인공적인 공간을 피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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