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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05. 2021

원래는 계약직 사원에게 월급을 더 줘야 하는 게 맞다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능력이 없다?

IMF 이전에는 비정규직 사원이라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고, 백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IMF 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 계약직 사원 채용이 생겨났다. 이는 현재까지 지속되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같은 차이를 만들어냈다.


KBS 드라마인 <직장의 신>의 배우 김혜수 님이 맡으신 ‘미스 김’이란 인물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는 계약직 직원이다. '능력이 있는데 왜 계약직 사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스 김 스스로 그런 선택을 했다. 본인도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아서 3개월 단기 계약에다가 기본급은 월 300만 원에, 본인이 만들어놓은 매뉴얼대로, 추가로 일하게 되는 경우에 그만큼의 수당이 붙게 계약서를 쓴다. 약 10여 년 전의 드라마이니 지금으로 따지면 월 300만 원보다 월급이 더 많을 것이다.




비정규직, 계약직 사원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규직 사원이 육아 휴직으로 1년을 쉰다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몇 개월을 쉴 수도 있다. 혹은 단기간에 공급이 더 필요해서 직원이 더 필요할 때, 추가 인력을 계약직으로 뽑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자리를 메꿔주려면 계약직 사원이 필요하다. 계약직 사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정규직 사원에게 마음 편하게 휴가를 쓰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회사는 계약직 사원은 어차피 몇 개월, 1년 정도밖에 머물다 갈 사원이라고 생각해서 회사에 대한 발언권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정사원보다 대우도 받지 못하게 한다. 즉, 정규직 사원과 똑같이 일하더라도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


출처 Unsplash @drew beamer


계약직 사원이 제일 불안한 게 무엇인가? 당연히 ‘생계의 불안정’이다. 무슨 휴직, 연수 등등의 이유로 정규직 사원은 정규직 사원이란 이유로 쉴 수 있게 해 주면서, 왜 계약직 사원은 계약직이란 이유로 월급을 적게 받고, 다가올 계약 종료 날짜가 오지 않길 바라면서 전전긍긍해야 하고, 생활비가 없어서 쉬지도 못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까? (당연히 휴직을 마음 편하게 쓰고 싶어서 모든 사람들이 아등바등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난 계약직 사원이 계약 종료 후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되려 월급을 더 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열심히 해서 너도 ‘정규직 사원’이 되면 되잖아!"



계약직 사원도 열심히 안 한 것이 아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중소기업에 정규직 1명 뽑는 데에도 몇 백 명이 몰린다고 한다. 최저임금만 주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중에서 뽑힌 딱 한 사람만 스펙이 대단할까? 아니다. 반 이상은 아마 비등비등한 스펙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규직 사원 취업에 실패해서 결국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다고 해도 절대 열등한 스펙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꼰대’라고 일컬어지는 부류들은 ‘어쨌거나 네 능력이 달리니까 정규직 채용에서 떨어지는 거지!’, ‘어차피 우리 회사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 지천에 깔렸어! 너 말고도 계약직으로 일할 애들 많아!’라고 한다. 그들은 사람이 귀한 줄 모른다. 


계약직 사원들은 이런 부당한 처우를 알고 있음에도 생계와 커리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항의할 여유가 없다. 혹은 ‘그래. 내가 정규직보다 스펙이 낮은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런 처우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꼰대’들이 만들어낸 가스라이팅의 결과다.


출처 Unsplash @glenncarstenspeters


2020년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차지한 <꼰대인턴>이란 드라마가 있다. 올해의 드라마상을 차지할 만큼 직장인들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낸 드라마다.

각설하고, 그 드라마에선 ‘탁정은’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 인물은 5년 차 계약직이다. 그런데 같은 부서에서 탁정은만 제대로 일하고, 부장도 탁정은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긴다.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능력이 더 있다는 걸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속의 내용이지, 일반적으로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뛰어난 스펙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계약직 사원은 정규직 사원보다 하등한 사원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의 신>을 보면서 계약직 사원으로 저렇게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서 그만큼 회사를 성장시키고, 그에 맞게 월급을 정규직 사원보다 더 많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론 그렇게 하기가 힘들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도 일은 별로 안 하면서 월급은 나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직원이 떠오르지 않는가? 한두 명 정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공급, 회사와의 의리, 계약이라고 하면서 회사에 별로 큰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회사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능력 있는 계약직 사원이 큰 계약을 한 건 성사하는 게 회사에 더 이득이다.




계약직 사원이 정규직 사원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당장은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규직 사원처럼이라도 비정규직, 계약직 사원의 처우를 더 개선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당장의 생계유지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게 말이다. 


사실, 구멍을 메꾸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 구멍이 나면 재빨리 자연스럽게 메꿔야 한다. 처음엔 물이 새겠지만, 나중에는 물이 새지 않게 된다. 이게 바로 계약직 사원의 능력이다. 계약직 사원은 일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생존력을 가졌다. 이런 능력을 인정해 줘서 ‘정규직 사원보다 능력 없어서 계약직 밖에 못한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MBC <꼰대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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