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의 나

추억은 찬란한 과거를 담고 있다

by 솔립

낡은 일기장, 빛바랜 편지, 처음 뜨개질한 목도리, 때가 탄 애착 인형.


추억이 깃든 물건들에 영혼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내가 기억 속에서 잊은 날들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내가 혹은 누군가가 그들을 씀으로써 그들의 생애가 시작된 것이니까요.


어떤 감정, 어떤 생각, 어떤 기분으로 그들을 대했던 그 순간들을 말이에요.

영혼이 불어넣어졌던 강렬했던 그 순간을 간직하며 오래된 서랍 안에서 숨 쉬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가끔 묘한 감정이 들어요. 그들을 오랜만에 꺼내어 만져보면 마치 옛날의 나를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에요.


아마 내가 그들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이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5년 전, 10년 전 혹은 그 예전의 나를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해서요.

빛나지 않았던 시절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빛을 내뿜었기에 그 빛을 잃지 않기 위해 쉽게 버릴 수 없었던 거예요.


어둡고 퀴퀴한 서랍의 한 구석에서도 옛날의 나는 반짝이는 추억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어릴 적 그들을 기쁜 마음으로 썼던 것처럼, 그들은 예쁜 기억만을 가지고 낡지만 순수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어요.



<서랍 속의 나> , 솔립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ruslan-zapla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