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만큼 다른 마음

1부 EP24. 감정의 기복

by 에스

요즘은 낮과 밤에 따른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다.

해가 떠 있는 낮에는 그래도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든다. 식물을 돌보기도 하고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기도 하며, 그림을 깨작거리기도 한다.


오늘은 주말에 본가에 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먼저 옷가지와 짐을 간단히 챙긴 택배를 우체국에 가서 보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내 짐을 보냈노라고, 잘 받아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는 고양이 '만두'를 데려가기 위해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만두는 여행을 아주 아주 싫어한다. 여행은커녕,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불안해한다. 본가에 가려면 거의 4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안정제를 처방받아 왔다. 아마 안정제를 먹어도 야옹야옹 많이 울 것이다. 미안해, 만두야.

동물병원에 다녀오고 나서도 시간이 남길래, 중고서점에 가서 내 책을 팔기로 했다. 나는 다 읽었지만 그다지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책들과 아예 시도조차 안 한 책들, 이렇게 총 9권을 낑낑대며 들고 중고서점으로 갔다. 서점 직원은 내 책들을 한 권 한 권 면밀히 살펴보았다. 책의 접힌 자국을 유심히 보고 책을 죽 넘겨보기도 하며 '최상'인지 '상'인지, 아니면 '중'인지를 매겼다. 책들은 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본 것들이라 '최상'이 많고, 간혹 '상'이 있었다. 그중 한 권은 매입 불가인 게 있어서 다시 되돌려 받았다. 8권의 책을 중고서점에 판매한 결과는 35000원 정도. 푼돈 벌었네! 라며 나는 바로 건물 지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카페인 수혈이 필수다. 밀크티를 먹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그냥 카페라떼를 시켰다.


돌아오는 도로에서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이 대신 받았다. 뭐 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자취방에 놓을 매트리스를 고르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9살 취준생이었던 동생은 얼마 전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그런데 회사는 대구에 있었고, 본가와는 너무 먼 거리여서 자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에 부랴부랴 자취방을 알아보았고, 다행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계약했다고 한다. 나는 동생의 취업을 축하하며 10만 원을 용돈으로 주었다. 동생은 첫 월급 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생각해 놓으라고 하며 웃었다.

엄마께선, 드디어 마지막 숙제를 다 했노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혼자 힘으로 자식 둘을 취업까지 시킨 엄마의 마음. 나는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아마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와 대충 청소를 하고 베란다 온도를 체크했다. 9도 정도 되었다. 아마 밤에는 더 떨어지리라. 한파가 온다고 경고 문자도 왔다. 나는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을 전부 거실로 들여놓았다. 거실은 복작복작해졌지만,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사방이 초록초록해진 우리 집 거실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슬금슬금 우울과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약을 먹었다. 비상약도 먹을까, 했지만 그건 참기로 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우면서도 잠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모순적인 일상이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모험을 하고, 생전 처음 가 보는 곳을 가고 신기한 경험을 한다. 꿈에서 깨어 눈을 뜨면 너무나 끔찍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그 모든 것들은 다 꿈이었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잠을 자기 싫지만, 동시에 잠이 너무나 간절하다. 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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