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P01. 다시 백수로
이번에 일하게 된 곳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하귀'라는 곳에 위치한 동네 카페이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곳인데, 특이하게도 나의 근무 시간이 거의 매일 달라졌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출근해서 하루에 세 시간 정도만 일하면 되었고, 근무 시간은 사장님이 전날에 미리 알려주셨다. 주로 점심시간 피크타임에만 출근했는데, 손님은 많지 않았다. 사장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내가 근무하는 시간에 병원에 가서 약을 타거나 링겔을 맞고 오곤 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매일 본인 혼자 근무를 했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건강이 나빠진 것 같았다. 가뜩이나 마른 몸은 창백한 안색까지 더해져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하루에 세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솔직히 돈은 되지 않았지만 사장님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출근해서 일을 해 주었다.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메뉴가 많았지만 레시피를 보고 만들면 되었고, 무엇보다도 손님이 정말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바쁘지 않았다. 사장님은 볼일을 보고 귀가할 때마다 매출을 보고 한숨을 쉬었고,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슬슬 이 카페가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질 때쯤, 사장님이 나를 해고했다.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급여 주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혼자 일해야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6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카페에 정이 들었던 나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요식업은 쉽지 않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최대한 절약하는 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차릴 사무실에 대한 구상을 했다. 오늘은 저녁에 그림 모임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카페에 모여 각자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고 수다를 떨었다. 두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나니 축구경기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치킨집에 가서 국가대표 평가전을 관람했다. 엘살바도르와 경기를 해서 무려 선제골을 넣었지만 결국에는 비기고 경기가 종료되었다. 나와 축구광인 남자 동생은 있는 대로 몰입해서 보다가 동점으로 끝나자 너무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