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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Dec 08. 2023

서로 다른 어머니들

3부 EP14. 강의 어머니


   강의 어머니가 제주에 2박 3일간 내려오셨다.

   가끔씩 강이 통화하는 것이나 그가 말해주는 내용을 통해 어머님이 우리 엄마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우리 엄마처럼 힘들게 가족을 건사해 온 것은 비슷하지만, 그 속에서도 굉장히 쾌활하시고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많이 달랐다. 친구도 많으셔서 집이 아니더라도 잠을 잘 곳이 많고, 계모임도 세 개나 하시고 있고, 장애인을 돌보는 정기적인 일자리도 가지고 계셨다. 소극적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해서 친구가 적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나가는 모임도 없고,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없는 우리 엄마. 두 분이 친구를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님은 제주에 도착하셔서 강과 저녁을 보내시고, 바닥에 깔 토퍼를 빌리러 우리 집에 잠깐 방문하셨다. 우리는 1층에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어머님은 나를 보시자마자 손을 덥석 잡으시며 환하게 웃으셔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자식의 애인을 보고 이렇게 환대해 주시다니. 우리 엄마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9할이 걱정으로 이루어진 엄마는 내가 연애를 해도 걱정, 연애를 안 해도 걱정, 남자친구에 대해 자랑을 해도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그동안 남자친구를 소개해드릴 때마다 불안이 먼저 앞섰다. 예상대로 엄마는 어느 남자친구를 만나도 떨떠름하고 어색한 반응이었고, 그나마 강의 경우는 싹싹한 성격 덕분에 한 달간 제주에 계시는 동안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강의 어머님은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깜짝 놀랄 정도로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내 공방으로 놀러 왔다. 나는 손님에게 원데이클래스 진행을 해주는 것처럼 어머님께도 오일파스텔을 가르쳐 드렸다. 어머님은 초등학교 이후로 한 번도 그림이란 걸 그려본 적이 없다며, 굉장히 어색한 손놀림으로 천천히 색칠을 하셨다. 어머님은 내가 샘플로 그려둔 그림들 중 해바라기를 그려보겠다고 하셨다. 해바라기 그림이나 사진이 돈을 불러온다는 말 때문인지, 어른들 대부분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 가이드에 따라서 조금씩 색을 칠하고, 제법 그럴싸한 해바라기 그림을 완성하셨다. 어머님은 자신이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조금 놀라신 것 같았다.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그동안 취미 생활 생각을 못하고 생계에만 몰두했을 어머님이 짠하기도 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저녁이 되어 근처에 있는 초밥집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는 내내 어머님은 쉬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강에 대해 서운한 것을 얘기하시면 강은 또 아니라며 받아치고. 두 모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투닥거렸고 나는 즐거운 관람객 모드가 되었다.

   우리는 밥을 다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도두봉에 올라갔다. 날씨가 좋은 밤의 도두봉은 정말로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앞쪽으로는 드림타워를 중심으로 한 번쩍이는 도시의 야경이, 뒤로 돌아서면 캄캄한 바다 위에 반짝이는 한치배들이 수평선을 수놓고 있다. 멋진 광경에 어머님은 넋을 잃고 구경을 하셨다. 우리는 여유롭게 도두봉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평온하고 행복한 밤이었다.


   다음 날, 육지로 올라가신 어머님은 종종 강에게 전화해서 내 안부를 묻곤 하셨다. 겨울이 다가오자 각종 김치 세트와 밑반찬들을 잔뜩 택배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자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만은 똑같은 두 사람의 엄마들. 그녀들이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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