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Aug 07. 2021

안녕히 가세요 vs Bye

한국말은 너무 어렵습니다 여러분

Austin에서 MBA를 하던 2018~19년 이야기이다. 그 당시 MBA에서 매년 실시하는 외국 체험 프로그램인 "Global Connection"의 TA를 맡아서 미국 학생들의 한국 체험을 돕게 되었다. 그때 만난 프로그램 지도 교수 K는 지난 십수년간 Global Connection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의 수십개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세계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새로운 나라를 갈 때마다 몇 달간 그곳의 언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도 했다. 


K는 2019년 3월로 예정된 한국 방문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한국 학생에게 한국어 과외를 받았고, 나에게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물어보기도 했다. K가 늘 머리를 싸매던 부분은 다름 아닌 '안녕히 계세요/가세요'로 대표되는 작별인사였다. 


I am going and you are staying......
so I say '안녕히 계세요' and you say '안녕히 가세요' 

모국어를 쓰는 내가 들어도 헷갈릴 지경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씩 반복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늘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수 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의 언어적 재능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닐 텐데 한국어를 배우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우리말이 어렵긴 어렵구나'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하긴 Bye! 하다가 가세요/계세요를 배우려니 쉽지는 않겠지.




아들 태민이도 마찬가지다. 이미 인사는 'Bye' 면 된다는 걸 알기에 한국어 인사는 도무지 늘지가 않는다. 아무리 '안녕히 가세요'와 '안녕히 계세요'를 가르쳐도 확률은 반반. 그냥 모르니까 아무거나 찍는다는 얘기다. 친구 집에서 놀다가 떠나면서 "안녕히 가세요"를 외치거나, 손님이 나갈 때 "안녕히 계세요" 하며 배꼽인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럴 때 옆구리를 툭 치면 얼른 "안녕히 가세요" 하고 쪼르르 자기 방으로 도망가는데, 보고 있자면 '조금만 더 하면 될 것도 같은데' 하는 욕심이 슬며시 마음 한쪽에서 머리를 내민다. 


이 문제가 이중 언어 때문이겠거니, 자폐로 인한 언어 지연 때문이겠거니 짐작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며칠 전 교회 전도사님이 심방을 위해 우리 집에 방문하셨는데, 즐거운 환담을 마치고 돌아가실 때 태민이를 불러 인사를 시켰다.


"태민아, 전도사님 가신다, 인사해야지?"

"Bye"

"아니, 태민아 한국말로 인사해야지?" 

"안녕히 세요"


엉뚱한 인사에 전도사님이 활짝 웃으며 "저도 이게 정말 어려웠어요" 하는 게 아닌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이 분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먼저 배웠고, 한인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한국어를 배우셨다고 한다. 다른 건 금방 배웠는데 인사말이 가장 까다롭더라는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이건 태민이만의 이슈가 아니라 그냥 한국어가 어렵기 때문이 아닌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이제부터 인사는 Bye Bye로 통일시키는 게 나으려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