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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n 16. 2021

하루 30분이 만들어 낸 변화

최고의 테라피 몸놀이

지난 오월 어느 날, 유튜브에서 아래와 같은 댓글을 보았다. 

...유튜브 영상에 터치아이 김승언 선생님 책  아이의 모든 것은  몸에서 시작된다 꼭 읽어 보세요.  반드시 치료의 길이 있어요. 꼭 그 길을 찾길 바랍니다.


진심이 가득 담긴 조언에 바로 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만약 그저 그런 책이면 만원 잃어버린 셈 치면 되는 거고, 책의 한마디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돈이 아깝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이 상황에서 잃을게 뭐 있을까?






나는 자폐가 '치료' 가능하다는 주장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자폐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자폐는 병이나 질환이 아닌 사람이 타고난 '성향'이라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소위 전문가나 의사들은 비싼 치료 기법이나 약을 선전하기에 바쁜 경우가 많았고, 미국에서조차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폐 치료용 한약'을 비싼 값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아이의 모든 것은 몸에서 시작된다'의 저자 김승언 또한 자폐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책에서 몇 번씩이나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중간에 덮지 않았던 건 그가 책에서 설명하는 '치료법'이 너무나 쉬웠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집에서 TV (+ Pad, 폰 등 모든 스크린) 치우시고, 아이와 1대 1로 하루 30분 집중해서 몸으로 놀아주세요'이다. 특수 교구를 살 필요도 없고, 테라피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한 프로그램도 아니다. 심지어 책 후반에는 총 10가지의 몸놀이 종류와 구체적인 실행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이러다 보니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노하우를 다 풀어놓으면 어쩌시려고...'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와이프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집에서 TV 치우고 앞으로 애랑 몸으로 놀아줍시다" 와이프 또한 책을 읽고 나서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밥 먹고 혹은 공부하고 나서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던 아이였기에 첫 며칠간은 꽤나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아이는 TV 없는 삶에 금방 적응했고 TV가 없으니 쉬는 시간에 책이나 장난감을 집어 들고 놀기 시작했다 (오히려 나와 아내가 넷플릭스나 야구 중계를 TV로 못 봐서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책에 나온 '30분 몸놀이'를 시작한 지 불과 2~3일 만에 와이프와 나는 '애가 뭔가 달라졌다!'는 의미가 담긴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눈 맞춤도 길어지고, 자기 요구사항을 말하는 빈도도 부쩍 늘어났으며, 공부나 활동을 할 때의 집중력도 몰라보게 늘었다. 또한 Speech, OT, Music 등 태민이가 다니는 Therapy 선생님들도 "태민이가 요즈음 수업시간에 엄청 잘한다"라고 칭찬하기 바쁘다. 이전에는 컨디션에 따라 좋은 날도 안 좋은 날도 있었는데 말이다. 가끔씩 피곤할 때면 하루쯤 몸놀이를 빼먹고 싶은 날도 있지만, 아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니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아이의 손에 글자를 쓰고, 몸을 간지럽히고, 비행기를 태우면서 아이의 민감함이 덜해지고 몸의 감각이 깨어나기를 기원하게 된다.


30분을 쉬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큰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는 금세 집중력을 잃고 도망가기에 쉴 새 없이 아이의 주의를 끌고 자극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민이의 큰 변화를 직접 체험했기에, 나는 감히 이 글을 읽는 모든 자폐 아동 부모님들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힘들어도 몇 주만 실천한다면 아이의 변화를 직접 보실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터치 아이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fut6enHDrHzIgP1bAFjgJA

'아이의 모든 것은 몸에서 시작된다'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6409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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