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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Apr 17. 2021

'Green Horse Car'에 관한 단상

자폐+이중언어의 혼미한 콜라보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정작 녹차는 잘 마시지도 않는 주제에 아이스크림에 녹차가 들어가면 사족을 못 쓴다. 하겐다즈, 나뚜르, 배스킨라빈스 등에서 늘 녹차 아이스크림만 먹었고, 인사동의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서 파는 녹차 빙수는 나의 최애 후식이었다. 아직도 그 빙수의 진한 맛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


미국에 와서도 입맛은 변하지 않았고, 다양한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지만 아쉽게도 한국처럼 진한 맛이 나는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 하겐다즈의 녹차 아이스크림은 연한 녹차라떼 수준이었고, 그나마 일본에서 수입된 몇몇 제품이 낫긴 했지만 그마저도 약간 녹차 맛이 더 강한 정도였다. 결국 녹차 파우더를 녹차 아이스크림에 더해서 비벼 먹는 식으로 타협했지만, 아무리 해도 한국의 그 진한 녹차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들 태민이는 자폐로 인해 촉각, 시각 등 각종 감각이 비자폐아동에 비해 굉장히 민감하다. 색에 대한 호불호도 강해 갈색이나 검은색의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으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시도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다. 보통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입에 대던 그는 요새 들어 내가 먹는 녹차 아이스크림에도 조금씩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탐색하듯 이빨 끝으로 조금씩 뜯어먹더니, 이제는 내가 먹는 아이스크림 바를 휙 빼앗은 뒤 소파에 앉아 쩝쩝대면서 TV를 본다. 이 나이 먹어서 일곱 살짜리에게 아이스크림이나 뜯기다니...


며칠 전, TV를 보던 아이가 나를 보며 이렇게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I want Green Horse Car! Horse Car 사자!



미국의 'Green Tea' 아이스크림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연하며, 한국 녹차 아이스크림의 진한 느낌을 원한다면 'Matcha (말차, 녹찻잎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차)'라고 쓰여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야 한다. 아내와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말차'라고 몇번 말했던 걸 들었던 아이는 그것을 Horse (말) + Car (차)로 이해한 모양이다. 즉, "초록색 말차 아이스크림 먹고 싶으니 사러 가자"라는 말을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Green Tea (연한 맛) vs Horse Car (진한 맛)




한국에서 한때 "Latte is Horse (나 때는 말이야)"라는 아재 개그가 유행할 때 이를 뒤늦게 전해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개그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의 비슷한 개그에 아내와 나 모두 한참 웃어야 했다. 사실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닌 것이, 태민이는 자폐로 인한 언어 발달 지연에 더하여 이중언어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폐 아동들도 이중언어로 인해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자폐가 있는 이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그래도 한국어와 영어 모두 조금씩 조금씩 배워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특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어주게 된다. 


그래, 이번 주말엔 홀스카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으러 가자 아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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