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Kim Jan 30. 2021

선진 야구 체험기 (3)

한미간 사회인 야구 수준 차를 숫자로 보여드립니다

세상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세게 최고의 리그인 MLB (Major League Baseball)은 물론 MLB의 하위 리그인 AAA만 해도 어지간한 한국 프로팀 이상의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야구 유망주들이 몰려들어 경쟁하기에 선수층이 워낙 두터우며, 한국과 일본의 정점에 선 선수들이 진출한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곳. MLB는 전 세계 야구인의 동경의 대상이자 꿈의 무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마추어 야구/사회인 야구는 어떨까?' MBA 입학을 위해 탄 Dallas행 비행기에서 내 기분은 새로운 도전으로 인한 긴장감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는 기쁨에 더 가까웠다. California와 더불어 야구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Texas. 그곳의 주도(州都)인 Austin라면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는 유쾌한 기대감. 필자도 나름 사회인 야구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타자였고, 미군부대 야구팀에서 미국인들과 같이 야구한 경험도 있었기에, 처음에야 적응기가 필요하겠지만 금세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야구팀 송별회에서 "형 메이저 진출한다. 선진야구 배워 올게!" 자신감 있게 선언하기도 했고...


실제로 필자가 경험한 미국의 사회인 리그는 한국의 사회인 야구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달랐다. 한국에 계신 독자분들께 한국과 미국의 사회인 리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드리고자 한다.


선진야구 체험기 (1)

선진야구 체험기 (2)



5. 미국 진출(?) 후 통계 변화


앞의 두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필자가 논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 가능하실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회인 야구는 수준 차이가 꽤 크다." 하지만 아무리 장황하게 묘사하고 서술한다 해도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게 아니라면 이를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에 통계 및 수치 비교를 통해 독자분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차이를 이해하실 수 있게 돕고자 한다. 다행히도 필자는 성격이 상당히 꼼꼼한 편이며, 그렇기에 야구를 시작한 2010년부터 여태까지 플레이한 모든 게임의 타격 기록을 가지고 있기에 (작년 말 500경기 출장 및 2000 타석 Milestone을 달성한 것을 알게 된 것도 기록 덕분이다. 이 모든 영광(?)을 자비로우신 와이프에게 돌리고 싶다) 아래와 같은 통계를 작성할 수 있었다. 




위의 표에 나타난 것처럼 2017년 기록이 통산 기록보다 훨씬 뛰어나며, 이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약 8년간 꾸준히 시합을 뛰고 비시즌마다 레슨을 받은 덕이다. 그렇게 향상된 실력으로 미국 리그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율, 출루율, 장타율, 볼넷 비율, 삼진율 등 모든 기록이 참혹하게 악화되었다. 


'이 수치 변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라고 생각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굳이 예를 들자면, 필자는 한국 리그에서는 전성기의  배리 본즈 (Barry Bonds) 수준의 타격 지표 (.586/.672/.984/1.656)를 기록하였으나 미국 리그에서는 Baltimore 시절의 김현수와 비슷한 기록 (.253/.385/.308/.692)을 남겼다. 참고로 배리 본즈는 약물 사용으로 인해 빛이 바래긴 했지만 MLB 역사상 최고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자이며, 2017년의 김현수는 해당 시즌에 MLB에서 뛴 선수 중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특정 선수를 칭찬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단순히 비교를 위함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 Barry Bonds (2004): .362 /.609 /.812/ 1.422 (타/출/장/OPS) 45 홈런 101타점 232 볼넷 (출루율 및 OPS MLB 역대 1위)

  김현수 (2017): .231 / .307 / .292 / .599, 해당 시즌 200타석 이상 소화한 MLB 외야수 중 OPS 뒤에서 2위. 시즌 후 한국 복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게 되었을까? 


필자는 한국에서는 Line drive hitter 혹은 Flyball hitter 스타일로 어떤 구종이든 가리지 않고 외야로 타구를 날려 장타를 많이 만들어냈으나, 미국에서는 삼진 및 내야 땅볼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다른 지표들보다 장타력의 감소가 굉장히 큰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 (0.983 => 0.308, -0.676), 이는 컨택 중심으로의 스윙폼 교정 및 나무배트 사용 등으로 인해 장타가 거의 없어진데 기인한다. 예상하던 직구가 들어와서 풀 스윙해도 헛스윙이 나올 정도로 공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에 살아남기 위해 스윙폭을 줄여야 했으며, 나무배트로 인한 비거리 감소까지 더하여 외야로 나가는 타구 자체가 드물어짐에 따라 장타가 거의 나올 수가 없었다. 그나마 공을 보는 선구안은 흐트러지지 않았기에 볼넷은 나쁘지 않게 고를 수 있었으나, 아무리 공을 잘 본다 해도 결국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음을 위의 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통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한/미간 리그 수준 차이를 보여드렸다면, 이제부터는 필자의 주관을 조금 가미하여 이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앞으로 보여드릴 "20-80 scale"이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평가 시 선수의 능력을 리그의 선수들과 비교하여 20(최저) - 80(최고)로 계량화하여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이다. 

   - 20: 리그 수준에 못 미침 

   - 30: 백업 선수

   - 40: 플래툰 선수 (대전 상대에 따라 기용)

   - 50: 주전 선수

   - 60: 팀 중심 선수 

   - 70: 올스타

   - 80: 역대 최고 수준


위의 20-80 scale을 통해 필자를 한·미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들과 비교한 결과, 필자는 한국에서는 최소한 팀 중심 선수급이었으나, 미국에서는 플래툰 선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미국 리그에서는 (위의 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 필자의 컨택 (타율)이든 파워 (장타율)든 경쟁력이 꽤 떨어졌으며, 그나마 수비 및 주루에서 경쟁력이 있었기에 (대부분 필자보다 덩치가 커서 주력이 좋은 선수가 별로 없었다...) 대타 및 대수비로라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3부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타격 기록 및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했던 나에게도 미국 리그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Virginia Fairfax는 Texas Austin 수준의 매우 경쟁적인 미국 리그에서부터 3~4부 수준의 한국인 리그까지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메이저 진출 & 선진야구 도전'을 외쳤던 2017년처럼 자신감에 차 있지는 않지만, 능력이 되는 한 다양한 리그에서 보다 많은 선수들과 상대해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구하다 부러진 이야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