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어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관점입니다.
* 필자 부부가 함께 만드는 YouTube 채널 "자폐, 함께 걸어요"에 소개된 영상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오늘은"독특해도 괜찮아"라는 제목만큼 독특하고 특별한 책을 한 권 소개드리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배리 프리전트(Barry M. Prizant)로 의학박사이자 언어 치료 전문가. 자폐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자폐에 관련된 책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태민이를 키우면서 자폐증과 자폐 아동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책을 읽었는데, 치료 기법이나 이론 설명에 치중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자폐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가짐과 아이에 대한 이해를 무척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인 “자폐증 이해하기”는 자폐와 자폐아동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 자폐아들의 특성을 조명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가진 특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닌,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강점으로 키울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두 번째인 “자폐증과 함께하기”는 그들이 아닌 우리(부모)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책 후반부의 주제는 “아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다. 주변의 전문가 및 부모들에게 조언을 얻어 올바른 방향으로 아이를 인도해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자 사명일 것이다.
(부모의 역할) 아이의 therapist를 고를 때 평판, 학벌, 시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있는데, 저자는 다른 어떤 것 보다 “It factor”, 우리말로는 “꼭 필요한 요소”를 갖춘 사람을 고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와 어떻게 친해지는지 알고, 아이의 필요를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요소인 “겸손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에 대해서는 부모가 가장 잘 알기 마련인데,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성/능력만을 내세우며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치료 방법을 강권하는 사람이라면 장기적으로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다.
(일상의 지혜) 작가가 전해주는 네 가지 팁을 공유해 드리고자 한다.
1) 전문가 못지않게 의지하게 되는 건 비슷한 아이들을 키우는 다른 부모들이다. 각종 치료시설, 놀이시설부터 숨겨진 좋은 놀이터까지 정말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게 되는데,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주는 그룹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2) 내 아이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더 큰 존재의 도움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하루하루 어려운 일이 있어도 더 쉽게 이겨나갈 수 있다.
3) 살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각종 충고나 조언으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어떨 때는 듣기 힘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그냥 솔직하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이사/치료/조치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니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식으로 대응해 보자.
4) “내 아이에겐 내가 전문가”이다. 어떤 전문가도 나만큼 아이를 잘 이해할 수는 없으니 학교 선생님이나 치료사에게 아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의견도 개진하는 게 중요하다.
(You can make it!)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 (Temple Grandin)은 자폐를 극복하고 동물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녀는 1986년에 “어느 자폐인 이야기 (Emergence: Labeled Autistic)”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폐증이 무엇인지, 자폐인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독특해도 괜찮아"에서는 템플 그랜딘 외에도 성공한 3명의 자폐인 - 자신의 욕구와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자폐인 “로즈 블랙번” , 통찰력과 지성을 갖춘 외교관 “마이클 존 칼리”, 부모와 전문가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자폐인 “스테판 쇼어” -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이를 통해 '자폐인들도 온전한 정신세계와 강력한 자기 생각이 있다', 그리고 '특별한 관심과 생각을 이용하여 성공적인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자폐증 안에서 성장하기)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아이가 멀쩡해져 있는 있는 상상을 안 해보신 자폐 아동의 부모님은 한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폐가 치료하는 “질병”이 아닌 인간의 “특성”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자폐나 자폐성 행동을 소거하려기보다는 아이가 그 안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아이가 열정을 가진 분야를 어떻게 이용해서 아이의 성공을 이끌 수 있을까도 부모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된다면, 남들과 조금 달라도 괜찮지 않을까?
(자폐증에 대한 오해 풀기)
1) “고 기능성 vs 저 기능성” 자폐: 흔히 말을 잘하면 고 기능성, 발화가 잘 안되면 '저 기능성'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설령 아이가 말을 거의 못 하더라도, 컴퓨터나 다른 장치를 통해 타인과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고 누구보다 음악이나 미술을 잘한다면 이 아이가 정말 “저 기능성” 자폐일까? 이런 분류에 근거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폐아동들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분류에 너무 신경 쓰기보단 아이의 장점과 단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치료 시기: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늦게 시작한 아이가 희망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평생 발달하고 학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적절한 치료 및 학습을 제공한다면 충분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3) 자폐인을 바꾸기?: 어떤 자폐인은 행동이 과해 보이는 반면 다른 사람은 둔해 보이기도 한다. 부모 혹은 보호자는 자폐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도와야 한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접근 방식/관점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실패하게 하자: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보다 오래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아이가 세상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려면 아이를 무작정 보호하기보다는 최소한의 도움으로 아이가 직접 여러 일을 해보고 실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당연히 대부분의 자폐아동은 또래보다 느리고 둔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배울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
5) 언제 아이에게 자신의 자폐에 대해 이야기할까?: 저자는 “아이가 본인이 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1. 아이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2. 문제점을 검토하며, 3. 이를 친구들의 장단점과 비교해보고, 4. 마지막으로 아이가 자폐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차이가 있고 다른 경험을 하는 것임을 이해시키는 4단계 방식을 제시한다.
6) 어떤 교육환경이 좋은지?: 저자는 “모두에게 좋은 프로그램은 없다” 고 얘기하는데, 이는 모든 아이의 특성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이와의 능력 차이가 너무 크지만 않다면 친구들의 언어/사회적 활동 수준은 높을수록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