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던 이유

by Sol Kim

2017년 여름, 필자의 석사 유학으로 인해 온 가족이 Texas Austin으로 이주했다. 소아과에 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 의사는 자폐 (ASD, Autism Spectrum Disorder)가 의심되니 언어치료 (speech therapy)와 특수학급 (PPCD, Preschool Programs for Children with Disabilities)을 빨리 알아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더 이상 '아닐 거야'라고 위안할 수 없게 된 그 날, 그날부터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다.


좌절과 고난으로 가득 찬 길이 펼쳐지리라 생각했지만, 이후 우리 가족에게 2년간 있었던 일은 '만남의 축복'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1. 아이의 자폐 진단을 내린 의사의 추천서를 통하여 자폐 치료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특수교육 클리닉에서 현직 교수 및 대학원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2. 학교에서 정말로 헌신적으로 아이를 사랑해주는 특수교사 Livi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며 “자기 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랑해줄 수 있을까?”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태민이는 듬뿍 사랑을 받았다.


3. 마지막으로 필요한 치료가 있을 때마다 주변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합한 치료사를 소개받을 수 있었으며, 만난 치료사들이 모두 아이를 아끼는 마음을 품고 집에서 아이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 및 도구를 아낌없이 소개해 주었다.


고작 미국에 건너온 지 1년 정도밖에 안되고 영어도 더듬거리는 한국인 엄마가 미국에 평생 산 엄마들에게 치료실 및 도구에 대한 정보를 나누게 되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heart.png








필자는 다니던 직장에 꽤나 만족하고 있었으며, 유학 후 복귀하지 않으면 거액의 지원금을 반환해야 했기에 처음엔 미국 정착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미국에서 다양한 만남을 통해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가 어떤 취급을 받을지 너무나 잘 알기에 돌아갈 수 없었다.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무를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여기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우리가 거저 받은 것들을 - 미국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종류의 치료들,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면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 미국 치료사들의 Tip, 아이를 지도할 때 쓴 교구 - 한국의 독자분과 나누고 싶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한국도 여건이 좋아져서 필자처럼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keyword
이전 01화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