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을 위한 좋은 테라피스트 고르는 방법
태민이가 32개월때부터 언어 치료를 시작했으니 벌써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치료사와 다양한 치료 기법을 접해 왔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치료의 종류와 테크닉도 물론 중요하지만 치료사가 어떤 성격/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테라피의 효과가 천차만별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 아이를 위해 어떤 테라피스트를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성실함과 정직함이 기본이다. 테라피스트는 최소한 6개월 이상 아이를 만나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기본적인 부분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과감히 교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최악의 테라피스트는 30분으로 예정된 치료를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고 꼭 몇 분씩 일찍 끝냈다. 또한 갑자기 연락을 해서 수업을 취소하거나 virtual로 대신하자고 하는 등 필자 부부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아이의 약점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맞춤형 수업을 제안해도 그닥 반영하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우리에게만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었는지, 결국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테라피 센터에서는 이 사람을 교체했다고 통보해 왔다.
테라피스트 선택에 있어 많은 경우 학력이나 비용 등이 중점적인 고려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이 테라피스트가 아이의 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수업하는지'를 제일 먼저 고려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발달 상황과 아이가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에 대해 부모가 정확한 판단과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i.e. 이 수업에서는 어떤 것을 우리 아이가 배웠으면 좋겠는지? 우리 아이가 이런 부분이 부족한데 이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보고, 집에서 어떤 숙제/활동을 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차츰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이해와 관심도 높아지고, 수업도 아이의 필요에 맞게 조절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다양한 언어치료사를 만났지만, 많은 경우 아이 수준을 적당히 파악하고 본인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하곤 했다.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지적해도 아랑곳않고 본인의 수업내용만 고집하는 치료사도 있었다. 반면 현재의 언어치료사인 C는 첫 수업 전부터 아이의 학교 리포트를 분석하면서 태민이에 대해서 파악하였고, 첫 수업시간에 아이가 언어적으로 어떤 부분이 안되는지, 어떤 부분을 가르쳐야하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그것만 중점적으로 수업해 나갔다. 또한 학교 선생님들과도 연락하여 학교에서도 같은 goal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목표와 전략을 서로 공유하였다. 뛰어난 치료 실력에 더하여 스스로 자신의 계획에 따라 아이를 분석하고 학교와 협업하려 하는 태도와 열정이야말로 태민이의 발전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이 아닐까?
자폐 아이를 키우다보면 많은 문제들을 겪게되는데, 그 때 테라피스트에게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받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정말 큰 힘이 된다. 필자는 이렇게 소통이 잘되는 테라피스트들의 공통점으로 '뛰어난 공감능력', '아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 두가지를 꼽고 싶다.
뛰어난 공감능력: 반복되는 치료실 생활이 지겹기도 하고 아이의 신체 발달을 자극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여 필자가 다니던 골프 시설의 강사 N에게 '혹시 자폐 아동도 골프를 배울 수 있을지' 문의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는 흔쾌히 '다음 시간에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고, 그 이후로 6개월간 태민이는 N에게 골프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아이의 필요가 무엇인지, 어떻게 수업을 하면 좋겠는지 먼저 필자에게 물어보았다. 또한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여 집중을 못하거나 기분이 나빠 보이는 날이면 연습실에서 나와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서 게임처럼 수업을 하기도 했고, 그냥 아이와 뛰어놀기도 했다. 필자는 태민이의 골프 기술 습득이 아닌 다양한 경험과 신체 발달을 위해 레슨을 시켰기에 N의 이러한 태도와 수업방식이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아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작업치료사 C는 언제나 아이와 이야기할때 무릎을 꿇었는데, 이는 아이의 눈을 보며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눈을 맞추기 위해서 바닥에 누워야 한다면 틀림 없이 그렇게 했으리라. 필자도 이를 본 이후로 태민이나 다른 자폐 아동과 이야기할때 꼭 허리를 낮추거나 무릎을 꿇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녀는 한국에서 온 태민이를 위해 한국어 번역기를 수업에서 활용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뽀로로, 타요)를 보고 연구했다. 이런 그녀의 열정과 태민이에 대한 배려는 지금 생각해도 감탄만 나올 뿐이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만나자마자 수업을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가 몇 차례 수업을 하는 것을 보면 '선생님과 우리 아이가 잘 맞겠구나' 하는 식의 감이 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거의 틀리지 않는데, 이는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나랑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도 아이랑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히 다른 테라피스트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달 정도면 판단에 충분할 것이다.
글을 요약하자면 1. 기본예절 2. 아이의 필요 파악 능력 3. 원활한 소통 4. 아이의 편안함이 될 것 같다. 힘든 자폐 아동 양육의 여정에 좋은 테라피스트만큼 든든한 우군은 또 없기에, 필요한 모든 분들이 좋은 테라피스트를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