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엿보는 장애인에 대한 태도
태민이가 작년 가을에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re-evaluation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Virginia의 Fairfax county에서는 3년에 한번씩 re-evaluation을 통해서 장애 아동의 발달사항을 체크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부모와 함께 논의한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에 학교 Psychologist (심리상담사)와 면담을 했는데, “아이를 생각할 때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해 뭐라고 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태민이가 주변사람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매일매일이 살 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아이가 어떤 사고를 치게 될지/당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태민이의 경우 행동이 조심스러운 편이기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한 적은 없지만, 영어도 한국어도 미숙한 아이를 학교와 테라피센터에 보낸다는것은 언제나 마음 한 쪽이 불편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장애가 있으니 선생님들의 손도 많이 갈테고, 외국인이라 말도 잘 못알아들으니 다루기도 쉽지 않을거라는 마음에 선생님들을 대할 때는 언제나 죄스러운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태민이가 이 곳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Adorable (사랑스러운), amazing (놀라운), awesome (훌륭한), brilliant (멋진), smart (똑똑한), sweet (친절하고 상냥한), energetic (활동적인), super-duper (굉장한) 등등. 물론 태민이가 자폐 아동 치고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긴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직접 듣거나 좋은 평가로 채워진 학교 Note를 받을 때면 가끔은 태민이랑 다른 아이를 착각한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와 부대끼며 삶을 살아가다보면 힘에 부치고 낙담할 때가 많다. 하지만 때로 저런 소소한 일들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한다. 물론 우리라고 태민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이나 발달에서 뒤쳐진다는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아이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평가해준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필자도 아이의 못나고 부족한 점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양인들이 이런 경향이 큰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아이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많이 칭찬해 줘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또한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언어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태민이는 여태껏 단 한번도 장애 때문에 차별받거나 상처받은 적이 없으며, 그 때문인지 언제나 잘 웃고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만약 지난 4년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보냈어도 과연 이랬을까?
언어는 생각의 거울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에게 긍정의 언어를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그래서 그들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자라서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