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

여름맞이 오피스 괴담 제13화

by 공감디렉터J


시끄러운 음악과 아첨 섞인 웃음이 공허하게 떠다니는 술집 안, 윤사원은 자신의 작은 왕국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이 그 소란을 찢고 날카롭게 울리기 전까지는.


발신자 표시 없는 번호.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건조하고 평탄했다. 성별도,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목소리.

“윤 사원 되십니까. 분실하신 귀걸이 말입니다.”

“네, 저 맞는데요?” 미간의 주름이 옅어졌다.

“환경미화실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하 5층입니다.”

“찾았다고요? 어머, 정말요? 아, 네, 지금 바로 갈게요!”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화색으로 바뀌었다. 세상이 또다시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만족감이 차올랐다. 그녀는 동료들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값비싼 전리품을 되찾으려는 사냥꾼처럼 서둘러 술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돌아온 회사의 거대한 빌딩은 밤의 장막 속에서 검은 묘비처럼 서 있었다.


텅 빈 로비에 그녀의 구두 소리가 유령처럼 울렸다.

엘리베이터의 하강은 마치 관이 땅속으로 내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B1, B2, B3… 숫자가 내려갈수록 공기는 눈에 띄게 차갑고 축축해졌다.

마침내 멈춘 B5층. 문이 열리자 퀴퀴한 소독약과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냄새가 그녀의 폐부를 찔렀다.

환경미화실은 복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낡은 철문 위로 [환경미화실]이라는 팻말이 희미한 형광등 아래 위태롭게 빛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삐-그 덕!’

그녀의 하이힐이 낡은 바닥 타일을 밟는 순간, 발밑에서 무언가 어긋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아무도 없어요? 저 전화받고 왔는데요... 귀걸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체중을 이기지 못한 바닥 타일이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아래로 꺼져 내렸다.

세상이 기울어지는 감각과 함께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아-악!”

비명은 짧게 끊겼다. 그녀의 하반신이 바닥 아래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다행히 발바닥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닿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깨진 타일의 날카로운 단면이 그녀의 허리와 골반을 집게처럼 움켜쥐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턱에 물린 듯한 감각.

몸을 비틀수록 깨진 자기 조각들이 그녀의 살갗을 파고들며 값비싼 실크 블라우스를 붉게 물들였다.


“거기...! 윽...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고통과 함께 공포가 차가운 독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이곳은 지하 5층, 아무도 오지 않는 건물의 가장 깊은 심장부였다.

그녀의 절규는 습기 찬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공허하게 흩어졌다.


그때였다.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엔진 소리. 구조의 희망이 그녀의 마음에 가느다란 빛줄기처럼 스며들었다.


“여기요! 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녀는 남은 힘을 다해 소리쳤다. 기계음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리는 바닥을 통해 진동으로 먼저 전해졌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음이 복도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사무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밖 복도 저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어둠을 밀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의 외눈 같은 헤드라이트가 그녀를 정확히 조준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스링크의 얼음을 가는 정빙차량(Ice Resurfacer)이었다.


“자... 잠깐...! 멈춰! 멈춰요!”

혼란이 순식간에 순수한 공포로 변했다. 저 거대하고 둔중한 기계가 왜 이곳에?

그녀의 존재를 보지 못한 것인지, 정빙차는 멈추지 않았다.

굉음을 울리며 사무실 문턱을 넘어, 그녀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

속도는 느렸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사형 집행인의 발걸음처럼 단호하고 거침이 없었다.

죽음의 공포가 그녀의 온몸을 지배했다. 그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찢어진 타일 조각이 그녀의 허리를 사정없이 베어버리는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정빙차는 마치 그녀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다는 듯, 정해진 경로를 따라 그녀가 갇힌 지점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그녀의 마지막 비명은 기계의 굉음 속에 묻혀버렸다.


잠시 후, 정빙차의 시동이 꺼졌다.

지옥 같던 소음과 비명이 멈추자, 지하 공간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차량에서 한 인영이 천천히 내려왔다. 둔중하지만 침착한 발걸음.

그는 윤사원이 있던 곳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툭 던졌다.

짤랑...

다이아몬드가 박힌 그녀의 값비싼 귀걸이였다. 어둠 속에서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빙차의 운전자는 윤 사원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잃어버린 귀걸이 따위는 이렇게 되찾으면 그만이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네가 진짜 잃어버린 건 그게 아니지. 넌 예의와 존중,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환경미화실의 불을 끄고 문을 나서던 운전자는, 마지막 판결을 내리듯 어둠 속에 나지막이 한마디를 더 뱉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너에겐 잃어버릴 마음조차 없었을지도 모르겠군. 니 애비가 그랬던 것처럼.”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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