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 사냥의 시간

여름맞이 오피스 괴담 12화

by 공감디렉터J


12층 마케팅팀의 생태계는 윤사원이 처음 발을 들인 그날,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그녀는 신입사원처럼 걷지 않았다. 새로운 영토의 경계를 시험하는 포식자처럼 움직였다.

그녀의 존재감은 조 말론 향수와 오만함이 뒤섞인 아찔한 향기로 먼저 도착했고, 그녀의 또각거리는 스틸레토 힐 소리는 사무실의 잿빛 카펫 위를 흐르는 긴장감의 전주곡 같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Z세대’라는 편리한 상자에 가두려 했지만, 그녀는 그 어떤 규정도 비웃는 존재였다.

유학파 출신의 유창한 외국어, 누구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은 표면에 드러난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이면에는 타인의 감정을 해부하고 약점을 파고드는 데 희열을 느끼는, 냉혹한 관찰자의 눈이 번뜩였다.

명품으로 휘감은 몸과 강남 오피스텔 주차장에 세워진 흰색 포르셰는 그녀가 가진 힘의 가시적인 징표일 뿐, 진짜 무기는 사람들의 선망과 질투, 그리고 비굴함을 조종하는 능력이었다.


처음 몇 달간, 선배들은 그녀를 길들일 수 있는 야생마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들의 호의는 곧 무뎌진 칼날처럼 그녀의 오만함 앞에서 부서져 나갔다.


“선배님,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

한 선배가 시장 동향 보고서를 부탁했을 때, 그녀는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목소리에는 얼음장 같은 경멸이 서려 있었다.

“자료 수집 같은 허드렛일이나 하려고 유학 다녀온 줄 아세요? 제 커리어 플랜과 맞지 않아요. 정 필요하면, 선배님이 직접 하시는 게 빠를 거예요.”


그녀의 말은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다. 상대의 가치를 재단하고, 그 가치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의식이었다. 그녀는 업무를 쇼핑하듯 골랐고,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는 불량품처럼 교환을 요구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한 또래 신입사원들은 작은 왕국을 건설했고, 윤사원은 그들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그들의 주된 오락거리는 중간 관리자들을 향한 조롱과 인신공격이었다.

그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임대리가 있었다.


그녀와 그 무리들의 주요 표적, 경멸을 위한 제물. 그들은 거대한 체구의 안대리를 ‘돼지’라고 불렀다.

그 소리가 복도를 울릴 때마다 몇몇은 불편한 듯 시선을 피했지만, 누구도 감히 제지하지 못했다.

고도근시 때문에 쓴 두꺼운 안경은 그에게 ‘장님’, ‘봉사’라는 별칭을 추가로 안겨주었다.


그녀의 잔인함은 충동적이지

않았다.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같이 행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의식이었다.

대리는 그 모든 모욕의 화살을 묵묵히 온몸으로 받아내는 거대한 과녁처럼 보였다. 그는 언제나 말이 없었고, 두꺼운 렌즈 너머 그의 눈은 누구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뿌연 심해와 같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여왕의 악행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어젯밤 책상 위에 분명히 뒀는데, 내 귀걸이가 어디로 갔겠어요!”

윤사원의 날카로운 비명으로 고요했던 사무실의 공기가 찢어졌다. 타깃은 야간 환경미화원이었다.

평생을 주변부 인생으로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진, 작고 늙은 여인이었다.


“이 아줌마 수상한데? CCTV 돌려봐야 정신 차리겠어?”

“좋게 말할 때 내놔요. 그거 아줌마가 평생 벌어도 못 사는 거야.”

윤사원의 추종자들이 하이에나처럼 그녀를 둘러쌌다. 모욕적인 언사가 비수처럼 쏟아졌다.

환경미화원은 맞은 것처럼 움츠러들며,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정말 못 봤습니다...”라고 속삭였지만,

그 진실은 광기 어린 군중의 귀에 닿지 않았다.


“따라 나와요. 당신 청소 카트부터 뒤져야겠으니까.”

윤사원은 사냥감을 몰듯 여인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끌고 나갔다.

사무실은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듯한 폐허 위에 어색한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그 모든 광경을 미동도 없이 지켜보던 임대리의 의자 끌리는 소리가 정적 속에서 천둥처럼 울렸다. 그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 유령처럼 소리 없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낡은 철문의 ‘끼익’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닫혔다.

어둡고 서늘한 계단에 홀로 선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차가운 액정의 불빛이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췄다. 두꺼운 안경알에 반사된 푸른빛이 기이한 생명력을 띠었다. 그는 짧은 메시지를 입력했다.


[미끼 확보. 사냥 시작]


전송 버튼을 누른 그의 입가에 희미한 곡선이 그려졌다. 그것은 기쁨의 미소가 아니었다. 수개월 동안 정교하게 짜 올린 거미줄에 마침내 첫 번째 진동이 느껴졌을 때, 거미가 짓는 그런 종류의 미소였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발소리는 더 이상 도망자의 조급함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을 음미하는 사냥꾼의 침착하고도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창문으로 들어오던 빛은 사라지고,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잠겨 들었다. 위층의 소란은 이제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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