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스릴러 라스트 코드 (The Last Code) 3부
텔아비브 외곽, 모사드 비밀 작전 기지.
에어컨이 최대로 가동되는 지하 벙커는 중동의 뜨거운 열기와는 별개의 세계였다. 하지만 모니터 앞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은 바깥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것 봐요, 또 시작됐어요."
리즈 첸(29)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미국 CIA 소속 요원인 그녀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MIT에서 사이버보안을 전공한 뒤 정보국에 발탁된 인재였다. 강민준의 대학 시절 친구이자 지금은 중동 작전의 정보 분석을 담당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관련 소셜 미디어 포스트가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매초마다 수백 개의 새 글이 올라왔고, 대부분은 양측 간 전쟁을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보통의 선동과는 달라요." 리즈가 설명했다. "이건 완벽하게 현지화된 콘텐츠에요. 히브리어와 페르시아어의 뉘앙스, 문화적 맥락, 심지어 각 지역 방언까지 완벽해요."
강민준은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응시했다. 사막에서 화룡 그룹의 드론을 발견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는 텔아비브 기지로 소환되어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있었다.
"AI 생성 콘텐츠겠지." 그가 말했다.
"네, 하지만 이건 우리가 본 어떤 AI보다도 정교해요." 리즈는 타이핑을 계속하며 말을 이었다. "감정적 반응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어요. 분노, 두려움, 복수심... 게시물마다 특정 감정을 자극하도록 맞춤형으로 제작됐어요."
강민준은 화면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발신지는?"
"그게 문제예요. IP 주소가 계속 변해요.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 서버까지 튀어다녀요. 마치..."
"마치 그림자처럼 잡히지 않는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 목소리는 다비드 코헨, 모사드의 사이버 부문 책임자였다. 50대 중반의 그는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로 유명했다.
"우리 분석가들은 이것이 '그림자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헨이 설명했다. "목표는 분명해요. 양측 모두에게 전쟁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믿게 만드는 거죠."
강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중국이 중동 분쟁을 원하지? 이란은 중국의 우방국인데."
"석유? 지정학적 혼란?" 리즈가 추측했다.
코헨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면 더 큰 그림의 일부일 수도 있죠."
벽면 스크린에는 계속해서 악의적인 포스트들이 흘러갔다. 누군가 이스라엘 병사들이 이란 민간인을 학살하는 가짜 영상을 공유했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텔아비브 폭격을 계획 중이라는 허위 문서를 유포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가짜뉴스가 아니에요." 리즈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이건 현실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사람들이 이걸 믿고, 행동하게 만들어요."
강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 벽에 걸린 지도로 걸어갔다. 중동 전체가 표시된 지도에는 이미 여러 개의 빨간 점들이 찍혀 있었다.
"이 모든 지점이 최근 48시간 내에 발생한 무력 충돌 장소입니다." 코헨이 설명했다. "그리고 모든 충돌 전에, 그 지역에서 소셜 미디어 활동이 500% 이상 급증했어요."
"우연일까요?" 리즈가 물었다.
"우연이 아니야." 강민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천리안AI... 화룡 그룹의 인공지능이 이 모든 것을 조율하고 있어."
방 안에 긴장이 감돌았다.
"증거는요?" 코헨이 물었다.
"아직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요." 강민준은 인정했다. "하지만 제가 사막에서 회수한 드론의 로그 파일에는 '천리안' 프로젝트가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측형 인공지능'이라는 문구도요."
리즈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알아낸 게 있어요!"
그녀는 재빠르게 태블릿을 들고 벽면 스크린에 연결했다. 화면에는 베이징발 암호화된 이메일 교환 기록이 떠올랐다.
"이건 제가 중국 정보부 서버를 몰래 살펴보다 발견한 거예요. 완전히 해독하진 못했지만... 여기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부분에는 'Phase 1: Middle East Destabilization'이라는 문구와 함께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는 'Phase 2: Ukraine Escalation'과 'Phase 3: Indo-Pak Trigger'가 이어졌다.
"중국어로 작성된 문서를 왜 영어로 제목을 달았지?" 코헨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글로벌 팀이기 때문이에요." 리즈가 답했다. "화룡 그룹은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해요. 특히 미국, 유럽 출신 과학자들요."
강민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단계별로 세계 주요 분쟁을 악화시키려 한다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알람이 울렸다. 모든 화면이 붉게 변했고,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죠?" 강민준이 물었다.
코헨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목표물은 텔아비브 외곽 군사 기지..."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여기... 여기를 향하고 있습니다."
강민준과 리즈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위치는 극비 사항이었다. 어떻게 이란이...
"누군가 우리 위치를 누설했어요." 리즈가 중얼거렸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무언가야." 강민준이 정정했다. "천리안AI가 우리를 찾아냈어."
코헨이 비상 프로토콜을 가동시켰다. "모두 즉시 대피하세요! 지하 3층으로!"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