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새로고침'이 필요할 때(9)
"도대체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거야?"
식탁 위, 식어버린 저녁밥을 사이에 두고 날카로운 말이 오갑니다.
상대방은 입을 꾹 다문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저는 그 침묵이 견딜 수 없어 더 큰 소리로 다그칩니다.
"말 좀 해봐! 왜 항상 불리하면 입을 다물어?"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쾅, 닫힌 방문 소리가 제 가슴을 후벼 팝니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세상에서 제일 내 편일 줄 알았는데, 왜 우리는 싸우기만 하면 서로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적이 되어버릴까요?
그날 밤, 저는 억울해서 잠을 설쳤습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한 건데, 그는 나를 무시했어.' 제 머릿속에서 저는 피해자였고, 그는 가해자였습니다.
하지만 마인들링의 '부부 관계 프로그램'을 접하고 나서야, 저는 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미워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한국인과 외계인이 대화하듯 말이죠.
상담사께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사람은 갈등 상황이 생기면 빨리 해결해서 안정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쫓아가며 대화를 요구하죠. 반면, 자극에 예민하고 회피 성향이 있는 사람은 갈등 자체가 너무 큰 스트레스라 동굴로 숨어버립니다. 한 명은 쫓아가고(Pursuer), 한 명은 도망가는(Distancer)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소리를 지를 때 상대가 입을 다문 건, 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너무 벅차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거였습니다. 반대로 그가 침묵할 때 제가 더 화를 낸 건, 버림받을까 봐 두려운 제 불안 기질이 작동한 거였고요.
우리는 서로를 공격한 게 아니라, 각자의 생존 방식대로 방어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것을 깨닫게 해 준 건 차가운 데이터였습니다. 앱을 통해 서로의 기질 검사(TCI)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니, 우리는 정말 정반대의 사람이더군요. 저는 '자극 추구'와 '연대감'이 높은 반면, 그는 '위험 회피'와 '자율성'이 높았습니다.
저는 함께 무언가를 하며 감정을 공유해야 사랑이라고 느끼는 사람이고,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받아야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주말에 뭐 할까?"라고 물었을 때 그가 "그냥 집에서 쉬자"고 했던 건, 저를 귀찮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휴식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어. 그냥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 달랐던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미움이 있던 자리에 이해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은 우리 사이에 놓인 훌륭한 통역기였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넌 항상 그래!"라고 비난하기 전에, 앱이 보여준 그래프를 떠올립니다.
'아, 지금 저 사람의 위험 회피 기질이 발동했구나. 내가 좀 기다려줘야겠네.'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야 그는 제가 왜 그렇게 사소한 것에 서운해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네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연대감이 중요한 사람이라 그랬구나." 그 한마디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싸우지 않는 부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티격태격합니다. 하지만 싸움의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나 지금 좀 불안해. 대화로 풀고 싶어."
"나는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 30분만 혼자 있다가 이야기하자."
서로의 사용 설명서를 알게 되니, 상처 주지 않고 거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우리는 흔히 사랑하면 다 알게 될 거라고 착각합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게 사랑이라고요. 하지만 그것은 환상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우주에서 온 존재들이니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더 오해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더 실망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통역기가 필요합니다.
"네가 틀렸어"가 아니라 "우리는 다르구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제3의 목격자 말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연인이 혹은 배우자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속이 터진다면, 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켜고 서로의 마음 지도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데이터가 보여주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오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너는 왜 그래?"가 "아, 너는 그렇구나"로 바뀌는 기적.
그것이 기술이 우리 관계에 선물하는 가장 따뜻한 마법입니다.
다음 마지막 화에서는 이 모든 기술적 도움을 넘어, 결국 우리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정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붙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