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차 직장인의 유형별 인간 도감 시리즈(2)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당신에게 : '사거리의 천사' 이야기

by 공감디렉터J

대전의 한 회사 지점으로 향하던 날, 내비게이션은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고 알렸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엉뚱한 곳을 지목했다. 다시 확인한 화면 속 목적지는 건물이 아닌 낯선 사거리 교차로.

'뭐지?' 하는 의문과 함께 안내받은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곳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


출근 차량으로 빽빽한 도로 한가운데, 한 남자가 능숙하게 수신호를 보내며 막힌 숨통을 트여주고 있었다.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끊임없이 깜빡이고 있었고, 아마 고장 났거나 차량 통제가 어려워 임시방편으로 바꾼 모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자신의 출퇴근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서 매일 아침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왔다고 했다.

그 선의의 봉사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예정대로 미팅을 가졌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 아니, 참 선한 사람이었다. 직장 동료들 모두 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의 업무는 물론 선후배의 일을 돕는 것이 일상이었다는 이야기는 미담처럼 흘러나왔다.

'이런 사람은 복을 받아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 후, 그의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미 그 지역에서는 거의 '명물'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그의 선한 활동은 그가 속한 회사의 이미지까지 좋게 만들었고, 이 소식은 경영진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결국, 그날 아침 조회 때 그가 속한 부서에 포상금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일처럼 기뻤다. 축하 인사를 건네려 전화를 걸었는데, 이게 웬일! 그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겹경사'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평소 선하게 살면 꼭 복을 받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세상이 살 만한 건 저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고, 나 역시 이기심을 줄이고 주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그의 생각이 나서 "아마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겠지?"라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석했던 누군가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그분 퇴사하셨대. 급성 백혈병이었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는 말에 더 이상 뒷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황망하고 속상했으며, 몸과 마음이 가라앉아 도무지 헤어나지 질 않았다.


왜 착하고 좋은 사람에게 아픔과 슬픔, 고난이 찾아오는 걸까? 투정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라면 아마도 불평하지 않고 받아들였을지도 몰라.' 긍정적이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로 주변을 밝히던 그분이라면, 건강하게 잘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와의 짧지만 깊었던 만남은 내 일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과감히 내 몫을 포기하고서라도 타인에게 공로를 넘기거나 대신해서 허드렛일을 맡기로 말이다.

그분이라면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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