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 방탈출 게임 어때요?

여름맞이 오피스 괴담 제7화

by 공감디렉터J

아스팔트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7월의 금요일 저녁.

마케팅 2팀의 이번 달 GWP(Great Work Place) 활동은 색달랐다.

팀의 실세 이 대리가 야심 차게 기획한 강남의 최신식 방탈출 게임.

특히 오싹한 공포 테마는 무더위를 날려버릴 최고의 선택처럼 보였다.


"와, 대리님! 진짜 여기 요즘 제일 핫한 데 맞아요? 완전 기대돼요!"

갓 입사한 신입사원 민지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평소 무뚝뚝하던 박 주임조차 "아, 공포는 질색인데"라며 엄살을 부렸지만, 입꼬리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모처럼 딱딱한 사무실을 벗어난 해방감에 아홉 명의 팀원 모두 들떠 있었다.


게임장 '코드 이스케이프 강남 마스터키'의 직원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았다.

"오늘 도전하실 테마는 '폐쇄병동 404호'입니다.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60분 안에 탈출해야 합니다. 모든 소지품은 보관함에 맡겨주시고, 이 낡은 랜턴 하나에 의지하셔야 합니다. 절대, 절대 중도에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원장님은... 포기하는 걸 아주 싫어하시거든요"


세 명씩 세 팀으로 나뉜 그들. 이 대리, 박 주임, 그리고 조용한 신입 김 사원이 마지막 조였다.

앞선 팀들의 비명이 간헐적으로 들려올 때마다 그들의 기대감은 공포와 뒤섞여 기묘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그들의 차례가 되었고, '404호'라 적힌 낡은 철문이 등 뒤에서 '철컹' 소리를 내며 닫혔다.


완벽한 어둠.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직원이 건네준 낡은 랜턴의 스위치를 켜자, 위태롭게 깜빡이는 불빛이 방의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 쌓인 원장실이었다. 첫 번째 미션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으시오'.


"일단 흩어져서 찾아보죠"

이 대리가 침착하게 지시했다. 그녀는 리더답게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 사원의 랜턴 불빛이 책상 위 낡은 환자 차트에 멈췄다.

'환자명: 안나 / 담당의: 김 원장' 그리고 그 아래, 의사의 소견인 듯한 문장이 휘갈겨 쓰여 있었다.

'환자는 등 뒤에 드리운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속삭인다고 호소함. 환자의 나약함이 망상을 부르는 것으로 판단됨. 때로 가장 날카로운 고통이 가장 어두운 문을 여는 법'


"이게 단서 같은데요" 김 사원이 말했다.

박 주임은 문장을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나약함, 고통... 중2병 걸린 원장이네"

그는 며칠 전, 업무 실수가 잦은 후배에게 "네가 그렇게 나약하니까 네 그림자도 널 무시하는 거야"라고 쏘아붙였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 한구석에서 무언가 껄끄러운 것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날카로운 고통', '어두운 문'?" 이 대리가 중얼거렸다. "혹시 저 책상 서랍?"

이대리는 책상 위에서 날카로운 금속제 페이퍼 나이프를 발견했다. 낡은 책상 서랍은 열쇠 구멍은 물론 틈도 거의 없었지만, 페이퍼 나이프를 틈새에 꽂아 넣고 비틀자 '덜컥' 소리와 함께 서랍이 열렸다.

안에는 녹슨 쇠 열쇠가 들어 있었다.


"좋았어! 역시 이 대리님!" 박 주임이 외쳤다.

이 대리는 어깨를 으쓱했지만, 어쩐지 찜찜했다. 방금 전의 문장은 마치 이 방의 설정이 아닌, 현실의 누군가를 향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떨치며 열쇠로 옆방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는 수술실이었다.

중앙의 수술대에는 핏자국이 선명했고, 한쪽 벽에는 정체 모를 의료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이번 미션은 '잠긴 약품 캐비닛의 비밀번호를 찾아 해독제를 확보하라'였다.

랜턴 불빛이 벽에 걸린 낡은 인체 해부도를 비췄다. 해부도 아래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 있었다.

'시술 노트: 피험자는 외부 자극에 따라 스스로를 기만하는 경향이 있음. 그가 내보이는 외적 인격(가면)과 내면의 실체(얼굴)는 불일치함. 진정한 상(像)의 배열만이 잠금을 해제할 것'


"가면? 얼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박 주임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 대리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갔다. 지난주, 중요한 경쟁 PT를 앞두고 실적 보고서의 데이터를 교묘하게 부풀려 팀장에게 보고했던 기억이 섬광처럼 스쳤다. 팀의 성공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조작된 '얼굴'. 그녀는 팀장의 칭찬을 받으며 느꼈던 짜릿한 쾌감과 동시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식은땀을 떠올렸다.

그때, 김 사원이 의료 도구들이 걸린 벽을 가리켰다.

"저기, 도구들마다 모양이 달라요. 해부도에 있는 장기 모양이랑 비슷하지 않나요?"

그의 말대로였다. 심장, 폐, 뇌 모양의 도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방 한구석, 금이 간 거울 속에 그 도구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상은 도구들이 걸린 순서와는 다른, '뇌-심장-폐'의 순서로 보였다.

그리고 각 도구의 손잡이에는 숫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뇌(8), 심장(1), 폐(5).

"815... 그리고 하나는?"

마지막 숫자는 수술대 밑에 숨겨진 작은 주사기 모형에 적힌 '4'였다.

"8154! 찾았다!"


박 주임이 캐비닛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딸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섬뜩한 해골 문양이 그려진 '해독제' 병과 함께, 낡은 컴퓨터를 켤 수 있는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USB를 꽂자, 낡은 컴퓨터 모니터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켜졌다.

화면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이 깜빡이고 있었다.


'죄의 대가로 쌓은 부(富)는 거짓된 길을 만든다. 토대 속의 균열을 찾아라.'

그 문장을 본 순간, 김 사원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그리고 입사한 후에도 몰래 불법 코인 리딩방을 운영하며 거액을 벌어들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실을 대가로 쌓아 올린 부. 그것은 그녀만의 '토대'이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죄'였다. 랜턴을 든 그녀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토대 속의 균열이라니... 벽에 금이라도 갔나?" 이 대리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김 사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메시지는 오직 자신을 향한 것임을.

이 대리는 단서를 쫓아 수술실 벽을 훑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똑같은 타일 벽이었지만, 마침 타일 하나가 미세하게 어긋나 보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타일을 힘껏 밀었다.

'쿠구궁...'

벽이 무너질 듯한 굉음과 함께, 타일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며 어두운 통로를 드러냈다.

인공적인 세트의 질감이 아니었다. 축축한 흙과 곰팡이가 뒤섞인 진짜 동굴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뭐... 뭐야, 이거? 이런 게 있었어?" 박 주임의 목소리가 공포에 잠겨 갈라졌다.

돌아가려 했지만, 그들이 들어왔던 수술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벽이었던 것처럼. 유일한 빛인 랜턴은 배터리가 다 됐는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일단... 가보자. 이게 마지막 탈출구일 거야."

이 대리가 애써 침착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둡고 축축한 통로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곳은 끝없는 미로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속삭임은 점점 선명해졌다.

희미한 랜턴 불빛이 벽을 비출 때마다, 붉은 글씨가 피처럼 번졌다 사라졌다.


'나약한 자를 향한 조롱'

'성공을 위한 기만'

'타인의 눈물로 쌓은 부'


그들의 비밀이, 그들의 죄가 벽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켰고, 서로를 향한 불신과 비난이 터져 나왔다.


"벽을 밀어낸 게 대리님이었죠?"

"무슨 소리야? 자기들도 쪽지에 그렇게 하라고 써 있는 거 봤잖아!!"

"그만들 해요! 일단 나가는 길부터 찾는 게 우선입니다!"


얼마나 헤맸을까. 그들은 마침내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뒤를 돌아본 순간, 그들은 숨을 멈췄다.

걸어왔던 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사방은 차갑고 단단한 벽.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었다.

그 순간, '치직' 소리와 함께 랜턴이 마지막 빛을 발하고는 영원히 꺼졌다.


완벽한 암흑.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이 고막을 때리던 그때, 어둠 속에서 등 뒤의 벽이 아닌, 바로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원장님은... 포기하는 걸 아주 싫어하신다고 했지."




"아니, 마지막 팀은 왜 이렇게 안 나와?"

제한 시간 60분을 훌쩍 넘긴 80분이 지나자, 밖에서 기다리던 팀원들과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매니저가 마스터키를 들고 '폐쇄병동 404호'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원장실, 수술실, 그리고 마지막 방까지. 그 어디에도 세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비상사태에 돌입한 직원들이 모든 통로와 숨겨진 공간을 샅샅이 뒤지고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 사원이 밀었다는 그 '균열이 있던 벽'은, 다른 벽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타일 벽일 뿐이었다. 설계 도면에도 없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결국 이 대리, 박 주임, 김 사원은 실종 처리되었다.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GWP라는 단어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트라우마로 남았다.


'코드 이스케이프 강남 마스터키'의 '폐쇄병동 404호'는 그날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영원히 폐쇄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제 새로운 괴담이 떠돈다.

자신의 죄가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미로 속에 갇혀 영원히 헤매는 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 위해 방탈출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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