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모 Apr 15. 2019

<엘리노어 릭비-그 남자 그 여자>

영화 리뷰- 슬픔을 나눈다는 것

***영화 스토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뜨겁게 사랑하던 남자와 여자,

영원히 뜨겁게 사랑할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느 날 그녀는 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살아남은 그녀는 그를 떠나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내내 무슨 일로 그녀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시카 차스테인(릭비 역), 제임스 맥어보이(코너 역) 주연의 2015년 4월에 개봉한 작품이다. 가끔씩 이렇게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중 보고 싶었었는데 놓쳤던 영화들을 찾아내 보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 이 영화도 그중 하나였는데 좋아하는 배우인 제시카 차스테인이 그린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다. 두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는 맞다. 그러나 알콩달콩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아니었다.


코너를 떠난 릭비는 비장한 결심을 한 사람처럼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대학에서 강의도 들으면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너도 친구와 함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일상을 살아가려 하지만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사라진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너는 릭비를 찾아 그녀를 쫓아다닌다. 코너를 보자마자 릭비는 달아난다. 정신없이 그녀를 쫓아가다 코너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릭비는 놀라 그에게 달려가며 말한다.


제 남편이에요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화가 펼쳐지지만 그들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도 인상적이다. 릭비의 아픔을 돌보려는 가족들의 방식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다. 릭비의 동생은 오랜만에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며 흥분해서 얘기하고 함께 클럽에 가서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한다. 코너의 아버지와 친구도 살갑게 얘기하진 않아도 그를 대하는 모습에 안쓰러움이 한껏 묻어있다. 어느 날 릭비의 아버지는 아는 정신과 의사를 집에 초대한다. 불같이 화를 내는 릭비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내 손자를 잃었어


그들은 뜨거운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잃었다. 그러나 그저 일상을 살아가며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코너와 슬픔을 그저 일상 속에 흘려보내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던 릭비는 그를 떠난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온 코너에게 릭비의 엄마는 말한다.


슬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

행복도 마찬가지겠지만 슬픔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 누구의 슬픔이 더 크고 누구의 아픔이 더 작다고 말할 수 없으며 사람마다 그 크기를 안고사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어떤 슬픔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는다. 다만 가슴 저 어디 한편에 잠시 묻어두고 살아가지 길 바란다. 그렇지만 저 한편에 묻어두기까지도 숱한 세월이 필요하다. 그 세월을 누군가와 함께하며 이겨내는 것이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도 아니면 더할 수도 그마저도 모두 다 다른 방식일 것이다.

릭비는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코너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지만 결국은 다시 그에게로 다가간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동생에게 그녀는 말한다.


괜찮은 척할 수 있어

우리는 슬픔을 나눈다는 말을 하지만 슬픔을 나누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어떤 슬픔은 그 크기가 너무 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버겁다. 릭비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슬픔을 나누기까지 잠시 그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어둘 시간, 아픔에 대해 코너와 이야기를 나눌 용기를 내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나는 이 영화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아픔을 견디고 살아가려고 하는 한 여자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봤다. 그러면서 나의 아픔도 살짝 들춰보고 다시 한번 토닥여주게 되었다. 그리고 가슴 한편에 묻기까지 그 아픔의 시간을 온전히 함께해준 내 사람의 손을 꾹 다시 한번 잡았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가버나움>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