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더 많이 일하면서 더 많이 놀 수 있을까? 한마디로 ‘일하는 듯 놀고, 놀 듯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습관화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CEO의 휴가와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그들은 휴가 동안에도 독서나 다른 수단을 통해 사업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하거나 기존의 일을 뒤돌아보면서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의 휴가는 쉼일까? 노동일까? 나는 그것을 쉬는 동안에도 도끼를 갈면서 ‘계속’ 일했던 나무꾼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관련하여 젊은 시절 군대에서 처음으로 받았던 야간사격훈련의 경험을 나누어 보자.
대부분의 남성들은 많이 알겠지만 야간사격훈련은 달 빛은 물론 별 빛 조차 없는 칠흙같이 깜깜한 밤을 택하여 실시한다. 총을 쏘는 사대에 엎드려 앞을 바라보면 표적지는 물론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떻게 표적지 정중앙을 맞칠 수 있을까? 정답은 표적지가 아니라 딴 곳을 바라보면서 딴 전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표적지가 있는 정면 을 기준으로 좌우 45도 정도의 각도에 시선을 고정한 다음, 마치 사시 눈으로 곁눈질을 하는 것처럼 정면을 바라보면 우주의 자연광이 반사되면서 표적지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다음엔 표적지의 정중앙이 시야에 잡히면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흔히들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봐야한다고 말하지만, 나무꾼이 숲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서 숲 전체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쉼이란, ‘일’이라는 나무로 가득찬 숲 속을 벗어나 마치 야간사격의 원리처럼 멀리서 숲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때 비로소 내가 보지 못했던 나무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눈 앞에 나무가 없는데도 말이다.
CEO의 휴가가 그저 노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무꾼의 쉼이 그저 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일하는 듯 놀고, 놀 듯 일하는 반쯤백수의 하루도 마찬가지다. 물론 독자들에 따라서는 나도 휴가를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꼭 휴가라는 구분된 시간은 물론 매일같이 출근하고 일하는 일상에서도 습관이 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의 하루는 적든 많든 마치 찢어진 천조각같은 휴식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반대되는 시간, 예를들면 노는 동안에도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시간 역시 야간사격에서 사시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일이라는 나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의식의 한 쪽면에는 숲을 보듯 흐릿한 그믐달을 띄워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창의성도 유지되고 일에 대한 재미도 생기면서 빨리 지치지 않는다. 그래서 반쯤백수를 잘 이해하고 조금씩 적용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즉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능력이 증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앞으로 여러 부분에서 다양하게 언급될 것이다.
그러나 반쯤백수의 진정한 워라벨은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방해받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을 때 완성된다. 왜냐하면 내가 반쯤백수로 사는 궁극적인 목표는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기 원하기 때문인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족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나 가까이 교제하는 지인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