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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주 Oct 21. 2023

2. 어리석은 사람은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다.

반쯤백수라는 것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대체로 휴식의 필요성과 그로인한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는 항변에 직면한다. 물론 동의한다. 다만, 다음의 세가지 정도는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먼저, 일과 쉼의 균형과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는 두 명의 나무꾼 예화를 소환해 보자. 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고 다른 한 사람은 가끔씩 쉬었지만 그때마다 도끼를 갈았기 때문에 한 번도 쉬지 않았던 나무꾼보다 더 많은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가 일과 쉼의 균형, 그리고 생산성에 관해 냉철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가끔씩 쉴 때마다 도끼를 갈았던 나무꾼에게 절대적인 휴식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쉬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도끼를 가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도끼를 갈았다는 것이 육체적인 노동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여가활동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하는 것도 도끼를 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휴식으로 도끼가 더 예리해졌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잘 알려진 기업의 CEO들이 휴가 동안 어떤 책을 읽었는지가 화제가 되곤 한다. CEO들은 휴가 동안에도 계속 일을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변화시키기위한 구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할 때 새로운 일 보따리를 잔뜩 가져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CEO가 되었기 때문에, 즉 회사경영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CEO가 되었다. 즉, 일의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쉬느냐도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일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등장하는 ‘꿈과 적성’에 관한 이야기다. 재밌는 것은 꿈과 적성은 ‘현실’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행복’이라는 단어가 그때까지의 모든 논쟁을 끝내는 것도 비슷하다. 즉, 꿈과 적성에 맞는 일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도 행복 때문이고 현실 때문에 꿈과 적성을 포기하는 이유도 행복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행복을 지켜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의 기초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이란 단어를 누군가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끼얹을 때 주로 사용한다. “꿈 깨!”

생각해 보자. 우리가 서로를 격려하며 외치는 ‘열심’ ‘최선’ ‘노력’ 등은 원래 꿈과 적성에 가까운 단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경쟁과 더욱 친밀해 졌다. 안타까운 것은 그같은 인식전환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심지어 어린이집에서부터)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처럼 차가운 현실에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를 비롯한 어느 누구, 심지어 가족조차 당신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일하는 시간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다. 예컨대 정부의 노동정책에 따라 실질 노동시간이 달라지는 직업군이 있고 전혀 상관없는 직업군이 있다. 여기서 실질 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가있는 근로 뿐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기 원하는 개인이 소위 ‘자기계발’ 등 스스로의 선택으로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학습에 필요한 모든 수고를 합친 것이다. 주로 제조관련 대기업 근로자들처럼 정년이 보장되고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직군의 실질 근로시간은 노동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도 비슷하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고용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그 외의 종사자들은 노동정책과 상관없이 실질 근로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자기계발은 남보다 빠른 승진이나 성장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지금의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결과 이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프리랜서, 1인 기업, 직업 유목민(nomad) 등의 수식어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그것들은 한결같이 국가나 기업, 집단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변화의 시대에 맞닥뜨린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흔히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싸워야한다고 말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정보와 기술의 빠른 변화는 누구나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의 실질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실이란 것이 우리를 배려하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휴식을 보장받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늘릴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결같이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현실을 믿지 말고 현실을 조작하자. 구체적으로는 하루를 3등분하는 세상의 기준에 맹종하기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더 많이 놀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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