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삶을 산책하듯 살아가기
인생의 허무함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갖거나, 인간에 대한 선의를 기대하거나, 어떤 거창한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정답이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가 찾지 못할 때 직면한다. 작가는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가 희망 없이, 선의나 어떤 의미를 찾기를 기대하지 않고 사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의미를 인생에 담을 수도 있는 것이며 유한하기 때문에 돈, 명예, 외모는 부질없으므로 본질적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결국은 공평하게 흐르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고통은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무뎌지길 기다리면 치유되고, 퇴행의 쓸쓸함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넘길 수 있다. 행복한 순간에 집착하거나 행복이 소멸되는 것이 두려워 경험 자체를 회피하기보다는 행복한 순간은 찰나임을 인식하고 거기에 집착 없이 즐기라고 말한다. 작가는 인생의 선배로서 삶의 고통, 권태, 쾌락의 순간들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여러 문헌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친절한 해석과 함께 작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를 적절히 이용하여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안내해 준다.
의미 없는 삶이라고 죽을 필요가 없듯, 의미 없는 삶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삶은 공허할 뿐이다. 천국과 지옥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 없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그 책임을 지며 산책하듯 살아가야 한다.
허무주의의 빠져 삶에 의미가 없고 미래가 암담하다며 쾌락만 좇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피해의식에 빠져 순간의 폭력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찰나라도 경험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목적이 없는 삶을 유유자적 담담하게 산책하며 누리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고, 무엇이든 담을 수도 덜어 낼 수도 있는 유연한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선택과 책임을 지며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그만의 독특한 삶의 궤적으로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