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솔지 Apr 26. 2024

뼈가 없어서 날 수가 없다

점점 사라져 오지 않을 꿈처럼 부서져 내린 벽의 껍질들 늙은 나무의 시린 살처럼 드러난 황폐한 내면 그 벽에서 들리는 이야기들 벽의 짙은 한숨이 울려 미처 떨어지지 않을 껍질 사이로 파고든다 오래 지속되는 축축함 오늘을 기다리는 법을 잊은 사람이 되어 보자 위악의 누더기를 걸치고 사는 남자의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오늘도 담배인가 소주인가 그런 전형성들 앞에서 남자의 손금은 사라져 간다 추위에 손을 너무 오래 비벼서는 아니고 너무 많은 세월의 종이를 쓸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리고 그려온 그림들은 남자의 그림자에 다닥다닥 붙어서

날개짓하고 있지만


뼈가 없어서 날 수가 없다


초라한 상점에는

그가 원하는 담배가 없었다

언제인가

친구에게 얻은 수입 담배

그것이 없었다


오늘부터

낡기를 견디기로 했다


해로운 밤을 파는

노점상을 열어 보기로 했다


노래를 들려 주려는

소년이 있다


손금을 찾으러 다니는 남자의 검은 구두 아래에는

그림자가 있다

너무나 당연히도

이전 12화 기록 없는 아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