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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Apr 24. 2024

기록 없는 아이들

법은 어째서인지 표정을 갖고 있었다

법에 대해 그려 본다면

몇 개의 얼굴을 그릴 수 있을까


기록 없이 태어난 아이들

아이들은 서로 알지 못한다

분명한 기록이 적혀 있다고

서로 종이를 들이밀며 싸워도 모자랄 판


검은 글자

어디에도 없다

명징한 것들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이에게 기록이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양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죄인으로 둔갑했다

눈코입을 지우고 돌아서야 했다


아이는 부유한다

부모를 잃고

추방의 위협 속에서

담과 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숨어 지낸다


호박 마차를 그린다

지운다

이건 잘못 쓴 문장


두려움이 앞선다

명료함은 없다

숨박꼭질이 지겨워도 계속 숨어야 하고

우리들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도

우리들의 나라라는 게 없다


나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

잠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계속 존재했다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 살고 있다

그물망은

기록 없는 아이를 계속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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