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째서인지 표정을 갖고 있었다
법에 대해 그려 본다면
몇 개의 얼굴을 그릴 수 있을까
기록 없이 태어난 아이들
아이들은 서로 알지 못한다
분명한 기록이 적혀 있다고
서로 종이를 들이밀며 싸워도 모자랄 판
검은 글자
어디에도 없다
명징한 것들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이에게 기록이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양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죄인으로 둔갑했다
눈코입을 지우고 돌아서야 했다
아이는 부유한다
부모를 잃고
추방의 위협 속에서
담과 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숨어 지낸다
호박 마차를 그린다
지운다
이건 잘못 쓴 문장
두려움이 앞선다
명료함은 없다
숨박꼭질이 지겨워도 계속 숨어야 하고
우리들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도
우리들의 나라라는 게 없다
나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
잠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계속 존재했다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 살고 있다
그물망은
기록 없는 아이를 계속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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