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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Apr 28. 2024

위악 혹은 진실

주머니가 좋지 않아 입구를 꽁꽁 묶어 두었어요 주머니 안에는 개구리들이 가득

그 애들이 나가면 모두

잡아 먹히고 말 거예요

실험실에서 산 채로 삶아질지도 모르죠

다리가 뜯기고 배가 갈라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묶어 버렸어요

나가지 못하게


살리려는 것뿐인데 왜 계속 버둥거릴까요

내 말은 왜 이렇게 더부룩해질까요

개구리들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나는 산소와 공간이

줄어드는 곳에서 자유 없는 순간들을 지키고 있을 뿐인가요


어떤 것도 죽이고 싶지 않은데

뭐라도 죽여야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얀 옷의 사람들

표백된 벽

복도를 흘러가는

명랑한 목소리들


사실 나도 별 관심 없어요

주머니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을 뿐예요 정말로요 그뿐이에요

나는 어제도 그제도 며칠 전에도 한 달 전에도 이 건물을 다녀갔어요

그게 내 일일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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