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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Mar 28. 2024

안네의 방

안네의 방에는 벌써 며칠 째

벽이 녹고 있습니다

벽이 녹고 있는데

가족들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안네도 일기를 쓸 뿐

벽이 말랑해지고 있는 줄 모릅니다


사람과 너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안네가 적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조심해야지

유대인이라고 드러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라고

안네의 아빠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하곤 했습니다

언젠가 수염에 흰 거미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안네는 키티, 라고 적습니다


종이에는 안네의 글씨가 자라났습니다

앞으로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대신

너하고만 이야기해야겠지


키티,

내가 전보다 너를

더 많이 귀찮게 해도

이해해 줘


뭉그러지는 방 속에서

안네가 꾹꾹 눌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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