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그 위태로움의 미학

우리 옛것의 새로움

by 진이설

줄 위의 사람은 늘 흔들린다. 팽팽한 줄이 바람에 떨리면 몸도 함께 떨린다. 관객의 숨결까지 묻어나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위태로움이 줄타기의 힘이다.


줄타기는 긴장과 아름다움은 맞닿아 있다.

우리의 줄타기는 오래된 놀이이자 예술이다. 고려 때부터 이어졌고 국가무형문화재로, 인류무형유산으로 기록되었다. 줄타기는 낡은 전통이라 하기엔 우리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새롭다.


세계는 우리의 언어를 이해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까지 와서 배우고, 인터넷에 동작을 올리던 시절도 있었다. 위험이 곡예가 되고, 우리의 곡예가 세계화가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즈에서도 같은 떨림을 느꼈다. 케이팝 무대의 속도와 무속의 몸짓이 섞여 묘한 울림을 만들었다. 줄 위에서 균형을 잃을 듯 잃지 않는 순간과 닮아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옛 것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다.


줄타기를 보며 나는 관계를 떠올린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힘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겐 상처가 된다.


줄 위에서 발을 헛디디면 곧장 추락하듯, 우리는 무심한 말과 몸짓으로 타인의 마음을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의 표정, 숨결, 떨림을 살피며 늘 발을 조심스레 내디뎌야 한다.

마야 안젤루는 말했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은 잊어도 감정은 잊지 않는다. 우리가 걷는 길도 줄타기와 다르지 않다. 감정의 균형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 그것이 관계의 기술이다.

줄 위의 곡예사는 관객과 호흡을 나눈다.


케이팝 데몬 헌터즈는 우리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흔들리면서도 끝내 걸어가는 일.
그리고 그 길이 곧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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