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팀장 Jul 17. 2016

직장인을 잡아먹는 괴물

카드 노트#9 모멸감

3달 전쯤 직장동료들과 '북금'이라는 독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모임 때는 강신주 님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는 김찬호 님의 '모멸감'입니다.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 때문일까요. 제목들이 범상치 않습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감정'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사색의 기회를 주는 좋은 독서의 경험이었습니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 존재감입니다. 존재감은 타인을 통해 확인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추구해 갑니다. 권력과 지배력, 재력을 얻어 가면서 또는 누군가를 돕고 봉사를 하면서도 존재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행하는 삶 자체가 존재감에 대한 추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모욕이 적나라한 공격적인 언행이라면, 경멸, 멸시는 은연중에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모욕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무심코 경멸하는 것은 흔합니다. 모멸감은 모욕과 경멸이 섞여있는 단어입니다. 


개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만 배울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매기고 세워 감으로써 모멸감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습니다. 개인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에서는 남의 평가나 시선에 크게 예민합니다. 또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참견을 합니다.  


소통은 정성입니다. 남녀 사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소통을 위한 정성은 그 소통의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정성이 없는 소통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연인 부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통에 대한 정성이 부족할 때 타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부족함에 대한 실망도 크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자기가 모욕당했다고 간주할만한 이유가 있는 존재에 맞서 싸우는 사회, 또는 그럴만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 사회"를 "품위 있는 사회"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럴만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 사회는 최고 수준의 사회 문화적 소양을 갖추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유가 있는 존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사회는 품위 있는 사회입니다. 만약 그런 존재가 있어도 맞서 싸울 수 없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큰 문제가 있는, 품위는 없는 사회입니다.


명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고 대접받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화를 내거나 분노할 때가 많습니다.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 했을 때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의 상처입니다. 특별히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이런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내면이 풍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 이너 피쓰 '를 추구하는 것은 내면의 풍부가 주는 여유로움과 안정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타인을 의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자유롭고 지금보다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았던 그 시절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습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사람이나, 가정, 국가는 스스로 무너지고 나서 남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무너집니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나 자신을 견고히 한다면 누군가로부터 모욕받는 일은 사라질 것입니다. 한 나라가 내실을 튼튼히 해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모멸감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를 갈고닦는 일입니다. 우리의 환경은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태어난 나라가 있고 살아온 가정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환경에서도 우리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쌓아가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좀처럼 모멸감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기적, 시작은 된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