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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팀장 Dec 05. 2017

책장 넘기는 맛, 술잔 넘어가는 맛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만들다 '북금'


직장에서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퇴사 이후에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생긴 것은 참 감사한 일이었다.


'우리 이렇게 술만 먹지 말고 좀 건설적인 걸 해보자, 응?'

'그래, 좋지! 뭐할까 그럼?'


거의 매주 술이든 밥이든 모였던 우리가 드디어, 만남이 결성된 지 3년 만에 기특한 생각을 했다.

각자의 팀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대리, 과장들. 직장생활의 속풀이를 해보려고 모여 팀장이니 임원을 안주삼아 정신건강을 유지해 나갔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즈음이다.


'역시 독서 아니냐?'

'그래, 요즘 tvN의 비밀 독서단 좋더구먼'

'콜! 책 정해서 읽어오고 이야기하기 어때?'

'술을 마시면서도 책 이야기할 수 있고 딱이네!'

'아이고, 그래 콜!'

콜!, 콜!

짠!


첫 북금의 첫 사진


사람 마음속 숨은 귀지까지 후벼 팔 듯한 직설적 화법으로 유명한 강신주쌤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

세상에, 소주랑 잘 어울리는 책이라니...


삼겹살 집에 모이니 삼겹살 구우랴, 술 따르랴 책 이야기는 어디로 갔는지.

책 읽는 모임의 이름을 정했다.

'북금'

불금이 아니고 책 읽는 금요일이라는 의미로 북금.

한 달에 딱 한 번만 북금인거다. 나머진 불금!


술이 들어가니 책을 펼치지 않아도 책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게 이게 내 삶을 살고 있는 건가 싶다'

'자기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앙그냐?'

'그렇긴 하지?'

'근데 요즘엔 다 청산하고 제주도 이민? 귀촌? 하는 사람도 엄청 많던데'

'한달살이라도 한번 해보면 좋겠네, 에구'

'고민은 해보고 싶긴 해.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닐 거 같은데, 그럼 사람들도 엄청 고민하고 결단을 내린 걸 거야'

'고민, 좋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고민, 콜!'

짠!


2시간, 책과 삼겹살이 어울렸지만 부족했다. 평소에, 아니 이전에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시간이 더 필요했다.

광고는 아닙니다. 그냥 잘 어울리네요. 허허참.


 *고급 정보 : 여의도 한강공원의 돗자리 대여료는 1000원입니다.


한강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비어있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난다. 학교 다닐 때처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 책은 뭘로 할까?'

'이번엔 내가 정할게!'

'오~ 뭔데? 뭐 있냐?'

'모멸감이라는 책이 있더라고, 딱이지 않냐?'

'헐, 뭐야 제목 후덜덜하네'

'그려, 콜~'

'오케이~'


나이가 들었나 보다. 밤이 늦어지면 급 졸리고 피곤해진다. 바깥바람 까지 쐬니 여름의 초입이지만 아직 체온을 받쳐줄 정도가 아니다.

자정이 넘어 자리를 정리하고 들어가는 길이 그래도 조금은 뿌듯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매개체, 책.


책장 넘기는 맛, 술잔 넘어가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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