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엄마아빠,식장 예약이 어렵다고 해서 미리 잡았어

조PD의 예신일기

by 쏠리쏠라


식장을 잡고 먼저 한 일은 각자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결혼을 하게 되었어... 그런데 올해 식장 예약이 어렵다고 해서 결혼식장을 미리 잡아 버렸지 뭐야...."


만나는 사람이 있고 결혼 생각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계셨던 부모님도 내가 진짜 식장 날짜를 잡아오니 이건 정말 진짜구나 싶으셨나 보다... 남자 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시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늘 그랬듯 나의 선택을 믿으셨다. 언제인지 날짜를 한번 더 확인하시고는 좋으신지 곧장 친적들에게 결혼 날짜를 알리셨다.


가족들에게도 알리고나니 내가 진짜 결혼을 인정받는구나, 이건 되돌릴 수 없구나 싶었다. 우리의 만남에 조금 더 무게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결혼이 이렇게도 쉬웠나? 전에 만나던 다른 사람들과는 와보지 못했던 미지의 공간에 너무 쉽게 와버린 느낌이었다. 결혼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건가..


결혼이 결정되고난 후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나는 더 이상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성인 남녀들이 성장통으로 겪어내는 이별의 고통을 또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니... 나는 사랑을 할 때 온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어서, 늘 이별이 두 배로 힘들고 아팠다. 내 몸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을 이제 다시 겪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나를 잘 이해해주고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 우리가 서로를 빠르게 알아보았고 이제 더 깊고 안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참 좋다.


우리의 결혼 준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곧장 아는 동생을 통해 소개받은 플래너에게 연락해 상담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한 그 주...


남자 친구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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