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Jan 28. 2024

뉴욕 9주차 임산부, 음식과의 사투 (넋두리)

미국생활 159일 차



딸내미 때보다 입덧은 덜한 데 나를 먹이는 건 훨씬 힘들다. 딸내미 때처럼 치댈 친정 엄마도 여기는 없고, 물가나 뚜벅이 생활 때문에 사 먹기도 힘들다. 비싼 물가를 감안하고 사 먹으려 해도, 뚜벅이인데 체력도 안 좋은 임산부는 뭐 하나 사 먹으러 가기도 힘들다. 배달은 있어도 확실히 한국만 못해서 마땅치 않다. (서비스료에 배달팁까지 더하면 엄청 비싸지기도 한다.)


하루는 멕시칸 패스트푸드인 치폴레가 상큼할 것 같아 사먹어봤는데, 해놓은 고기가 들어가서 냄새가 났다…


임신 후 꾸준히 반찬 배달을 시키고 있기는 하다. 뉴욕은 식재료 물가도 비싸고 기숙사 부엌도 마땅치 않아 한인 유학생 가족들은 대부분 쓰는 서비스다. 지난 학기에는 기말 때를 제하고는 내가 요리를 했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으니 쓰고 있다. 구성이나 맛이나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남편과 아이용이다. 입덧이 진짜 임산부를 보호하려는 도구이긴 한 건지, 조리한 지 조금 지난 음식은 냄새가 나서 못 먹겠다. ㅋㅋ (레토르트 음식도 먹으면 배가 아프다.)


이런 구성에 75달러고, 마음에 안드는 메뉴 하나는 대체메뉴로 변경도 가능하다


거기다 이걸 차려내는 것도 문제다. 남편은 유독 요리를 어려워하는데, 요리의 범위에는 배달 반찬을 덜어내고 데우는 것도 포함이다. ㅎㅎ 아직 감이 잘 없는 것 같다. 나는 냄새가 나서 한식 근처에만 가도 힘고. 결국 내가 억지로 차려내다가, 남편에게 맡겼다가, 입으로 숨 쉬면서 다시 차리다가를 반복 중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먹고살고 있냐면, 아침 고구마, 점심 외식, 저녁 한식 조금 같은 식으로 먹는다. 배고프거나 배부르면 속이 많이 안 좋아서 조금씩 자주 먹는다. 간식도 아무 거나 못 먹는 게, 마른 음식은 잘 넘어가지 않고 과일도 속이 쓰리거나 해서 한두 조각씩 밖에 못 먹는다. (정말 진상이다 ㅋㅋ) 그래서 수업 시간표도 절대 연강이 없도록 구성했다. 한 수업이 2시간 40분이니 한 수업 정도야 찐 고구마 조금으로 버티는데 6시간 가까이는 버틸 수가 없다.


오늘 저녁은 도저히 한식이 불가해서 이렇게 김 싸먹었다. 이것도 많이 먹은거다… (그나마 검은콩이 땡겨서 밥이 밥만 콩반 ㅎㅎ)


가장 괴로운 건 밤이다. 6시에 억지로 한식을 조금을 먹으니 9시가 가까워지면 배가 고프다. 그때 안 먹어도 속이 안 좋고, 먹어도 잘 때 속이 안 좋아서 괴롭다. 시간도 늦어서 사 먹으러 갈 수도 없고, 나나 남편이나 요리가 안되니 먹을 것도 마땅찮기도 하다.


하루 점심은 남편이 힘내서 라볶이를 해줬다. 생일도 아닌데 … 감동 받았다. (남편에게 요리란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큰 일이다 ㅎㅎ) 이 것도 나중에 속이 안 좋았지만 ㅠ


그래서 지금 괴롭다 ㅋㅋㅋ ㅠㅠ 시간아 어서 가줘

매거진의 이전글 뉴욕 최고의 팬케이크? + 오페라 카르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