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차] 입덧도 없애는 태교여행, 대만 음식

음식임신일기

by 솜대리





조금 이른 태교여행을 다녀왔다. 15주에 태교여행은 이르긴 하다. 보통 태교 여행은 20주 즈음에 가장 많이 간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계획할 때부터 이른 감이 있었고 막상 여행이 다가와도 입덧이 낫지 않아 걱정도 되었지만, 간만의 여행이라 유달리 설레었다.


태교 여행지는 대만! 대만은 2시간 반 밖에 안 걸리는 데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음식이 가득한 곳이다. 대만은 중국인들도 인정하는 미식의 지역이다. 대만 지역 고유의 음식 등도 맛있을 뿐 아니라 중국 각지의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중국은 지역마다 음식의 특성이 뚜렷해서, 사천 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사천지방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대만은 국민당이 대만으로 대피할 당시 중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두 몰려든 곳이다. 자연스레 중국 각지의 음식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더더욱 매력적인 점은 저렴한 물가다.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대만의 환율은 사회/문화 발전 수준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되어있다. 특히 그중에도 음식 가격은 다른 물가에 비해서도 저렴하다. 깔끔한 분위기의 유명 맛집에서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우육면을 먹으면 만원도 안되니, 서울 물가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하다.


20190512_122818.jpg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우육면


하지만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국에서도 중국음식을 많이 팔긴 하지만, 한국의 중국 음식은 상당히 한국화 되었다. 짜장면과 짬뽕은 중국에 없는 음식이고, 양꼬치집에서 파는 중국 이름의 음식들도 한국사람 입맛에 맞추어 향신료 양을 대폭 낮추어 사용한다. 그래서 중국음식을 좋아한다고 자부했던 사람들도 막상 중국에 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하곤 한다. 중국에서 반년 간 살아본 나와 달리 남편은 중국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의미 없는 걱정이었다. 워낙 잘 먹는 사람이라 원체 가리는 음식이 없기도 했고, 대만은 본토보다 전반적으로 음식의 향이나 자극이 덜 했다. 짧은 일정이긴 했지만 나름 현지인들 식당만 찾아갔는데도 그렇게 느꼈다. 대만은 오랜 기간 중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해서, 음식의 지역색이 조금 순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남편도 잘 먹겠다, 정말 원 없이 먹었다. 입덧 때문에 빠졌던 살이 대만 여행 5일 만에 다시 다 찐 것 같다. 먹방은 아침부터 밤까지 그치질 않았다. 현지 음식을 최대한 먹기 위해 호텔 조식도 일부러 신청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중국식 아침, 또장과 요우티아오다. 또장은 묽은 콩국물, 요우티아오는 가미되지 않은 발효 도넛이다. 둘 다 별 가미가 안 되어있어 밍밍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요우티아오를 또장에 찍어먹으면 은은한 감칠맛이 감돈다. 그래서 오히려 아침으로 부담 없다. 중국에서 살 때 매일 같이 먹던 음식이라 너무 그리웠는데, 한국에는 파는 곳이 흔치 않았다. 심지어 요우티아오는 굉장히 귀찮은 제조 과정(밀가루 반죽, 발효, 튀김)을 다 감수하고 직접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물론 대신 대만에 오기로 했지만. 밍밍한 맛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어린이 입맛인 남편도 마음에 들어했다.


20190512_085630.jpg 요우티아오(앞)을 뜯어 또장(뒤)에 찍어 먹는다.


점심으로는 면류를 주로 먹었다. 중국 많은 지역은 밀을 주식으로 해서 옛날부터 면요리가 발달했다. 중국집에서 수타면을 하듯 아직도 식당에서 직접 면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한 음식점에서는 수제 면에 간단히 파, 마늘, 소금, 기름만 더한 면요리를 먹었는데 쫀득하게 탄력 넘치는 면이 어찌나 맛있던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한 그릇을 뚝딱 끝냈다.


20190514_182602.jpg 극히 단순한 면요리인데 어찌나 맛있던지


한 번은 타이베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식사를 했다. 이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중국 본토의 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서비스가 아쉬웠다. 아무리 고급 호텔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만 호텔은 달랐다. 북경오리를 시키니, 얇게 썬 북경 오리를 테이블 옆에서 전병에 하나하나 말아주었다. 북경오리를 저미고 싸는 모습을 찍으려고 허락을 구하자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심지어 남편 생일이라고 식사 끝날 즈음에 작은 빵에 초까지 꽂아주는 이벤트까지 마련해 주었다. 본토에서 즐기지 못했던 고급 중국 음식과 서비스의 조합을 경험해서 좋았다.


20190513_184655_Moment.jpg 북경오리를 준비하다가 활짝 웃어주던 직원들


먹은 걸 말하자면 끝이 없다. 우육면, 딤섬, 망고빙수, 야시장 먹거리 등 대만의 대표 먹거리로 불리는 것들도 모두 섭렵했다. 하루에 몇 끼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신기했다. 여행 기간 동안 입덧이 전혀 없었다. 나아지는 추세이긴 했지만 여전히 입덧 중이었다. 가리는 음식은 없어졌지만 조금만 먹으면 냄새가 올라와서 수저를 내려놨고, 저녁이면 매일같이 체했다. 그런데 대만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에 간식과 야식까지 모두 챙겨 먹었다. 아무리 (입덧이 사라지던) 추세를 감안해도 너무 급격한 변화였다.


20190513_121355.jpg 한 번은 대학교 학식도 먹었다. 부페식이었고 메뉴도 많았지만, 학식이 맛없는건 전 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이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여행 중 스트레스 없고 즐거운 마음 상태가 입덧에도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안심이 됐다. 임신에 대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놔도 되겠다 싶었다.


임신을 하고 은근 부담이 있었다. 첫 임신이고, 임신을 한 가까운 친구도 없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태교니, 영양제니, 각종 금기 사항이니, 너무 신경 쓸게 많았다. 정보는 너무 많아 어디서 어디까지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평소라면 남들은 어떻게 하든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임신부가 편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아니라 아가와 관련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마 무시한 입덧도 나아졌는데, 다른 것도 다 비슷하지 않겠는가. 뭐, 자기 위안 일수도 있겠지만 자기 위안이 되면 됐다.


태교 여행은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여행이라고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여행이 태교 여행이었다. 아 태교 여행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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