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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스토리 #01. 어느 날 문득 중년

한국 사회 40대, 50대 남자들은 불안하다

(이미지출처: unsplash)


“한참 선배였던 팀장님이 보직을 잃고 평사원이 돼서 존댓말을 하더라고요. 어제까지 ‘야 인마...’ 이렇게 부르던, 되게 친하게 지냈던 선배인데도 ‘나는 그냥 사원이다, 똑같이 실무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부서장이 아니다...’ 체념하고 받아들이려고 고생하는 거 같았어요.”


“경제적인 문제가 1순위예요. 아직은 애들 뒷바라지도 해야 되는데... 누워 있으면 온만 잡생각이 나죠. 나이 들어서 뭐 할까, 노후 준비가 얼마나 돼 있나, 돈을 얼마나 모아야 그만두고 먹고살 수 있을까"


성공의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한국 사회

한국 사회 40, 50대 남자들은 불안하다. 예측이 안될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직장생활도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당장의 생활도 불안하고, 퇴직 이후 장래도 불안하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한 느낌,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하고 무너질까 봐 걱정과 염려가 가득하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는 ‘뭐 먹고살지’와 ‘뭐하고 살지’다. ‘지금부터 5년 후, 10년 후에도 일을 계속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나와 우리 가족이 경제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 물론 이런 걱정이 이전 세대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이 지금 더 절박한 이유는 이전 세대가 중년기를 보내던 때와는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전체적인 성장률 추이는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에 반비례한다. 2020년 한국의 GDP는 1970년 GDP의 670배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불과 50년 만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것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2%도 버거운 수준으로 낮아졌다. 모든 선진국이 다 그렇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두 자릿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 이전에 생존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기업들도 허다하다.


이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과거처럼 고성장 시대로 돌아가기 어렵고, 이것이 개인의 삶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조기퇴직, 명예퇴직으로 40대와 50대들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생기고 있다. 너무나도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중년에 갑자기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고, 이들은 일자리도 없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실업자가 되고 있다. 


“청춘을 다 받쳤던 회사에서, 직장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성 바깥으로 추방을 당하는 그 입장이 돼보니까 굉장히 두렵더라고요. 어,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직장 밖의 상황도 매섭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만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틈새가 줄었다. 또 무언가 시작하더라도 성공할 확률도 낮아졌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주변에 얼마나 많은 소규모 점포들의 주인이 바뀌는지 살펴보면 쉽게 짐작이 된다. 그래서 한국 사회 40대, 50대는 불안하다.


퇴직은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준비하기도 어려워

누구나 퇴직은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회사 다니면서 하루하루 빠져 살다 보면 미래에 대해 생각할 할 틈이 없어요. 미래에 대한 생각은 오로지 회사에 대한 사업계획만 있을 뿐이죠. ‘내년에는 어떻게 하고, 3년 후에는 우리 부서가 어떻게 가야 되고’ 이런 것만 고민하고 살았죠. 내 개인의 3년 후는 전혀 몰랐어요.” 

퇴직한 선배의 후회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회사와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좇으면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벼락을 맞기 전까지는 삶의 방향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벼락은 40대 후반이나 50대에 떨어진다. 그때 남자들은 보직을 잃고 회사의 중심에서 밀려나거나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한다. 지금의 50대는 그렇게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밀려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좌절감과 무능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숨는다.


 “본인이 괴로워서 소극적인 삶을 통해서 회피했던 거지, 치유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치유된다기보다 세월이 흘러서 그냥 잊혀지는 거죠. 안 아픈 게 아니고 아픔을 잊어가는 거예요.”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압하고 억누른다. 


지금의 40대들은 이들을 보며 불안해한다. 

“최근에 교토삼굴이라는 말을 누가 하더라고요. 똑똑한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서 굴을 세 개를 판다는 거죠. 여태까지 선배님들은 그냥 굴 하나만 팠잖아요. 왜냐하면 회사에 충성을 다하면 회사가 다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굴을 파다가 막힐 수도 있고, 물이 들어올 수도 있고, 그러니까 굴을 이쪽저쪽에 더 파놓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죠. 선배님들을 보면 자기가 스스로 커리어를 살리거나 아니면 일하면서 뭔가를 준비했거나 그런 분들이 별로 안보이셔서 제2의 직업을 어떻게 택해야 될지 고민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중년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는 몇 번의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중 중년기는 사회적·경제적 힘이 대부분 최고가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항상 중심에 있던 남자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느낌을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중년기는 성공과 성취를 경험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좌절과 혼란 그리고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게 하는 전환기적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년기는 젊음의 열망과 중년의 현실적인 한계가 충돌하는 시기다. 그래서 중년의 남자들은 겉으로는 과시적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직장과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쓸모없어져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또 여전히 많은 삶의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을 더욱 걱정한다. 


그래서 40대와 50대 남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그리고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대부분의 삶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런 불안에 잘 대처하려면 마흔 살 이상의 남자들은 자신이 걸어가야 할 인생길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과 이해가 필요하다. 나이와 싸워 이기려 하기보다 오히려 이런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능숙하게 대처해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태도이기도 하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살아보니, 나이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이전에는 없던 기회들이 생기더라고. 그리고 각 고개마다 다른 기쁨들이 있어. 사람들은 나이 드는 걸 지나치게 두려워해. 걱정하지 마. 나이 드는 건 모험과 같으니까.’ (칼 필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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