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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 날의 단점

by 메이다니

프리랜서에게 있어 가장 힘든 일은 '나를 컨트롤하는 일'이다. 가른 사람들은 그걸 프리랜서의 능동성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진짜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이를 서술해보겠다.

오늘 할 일을 전날 밤에 정리해두고도, 막상 아침이 되면 무력감에 눌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때가 있다. 커피를 내리고, 자리를 정리하고, 노트북을 켜는 데까지 두 시간이 걸리고, 집중은 30분도 못 간다. 기한이 다가와서야 부랴부랴 몰입하고, 그렇게 겨우 끝내놓고도 자책한다.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움직일까. 왜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실망하고, 또 이해하고, 그러다 결국 포기하는 감정의 반복.

회사에 다닐 때는 외부의 구조가 나를 어느 정도는 잡아줬다. 출근 시간이 있었고, 마감 시간이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감시자가 사라졌다. 일정을 늦춰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하루를 허비해도 타박하는 사람도 없다. 대신 그 모든 감정을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더 힘들다. 자유롭지만 느슨해지고, 편하지만 무너지고, 결국 스스로를 다잡아야 하는 사람이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벅차다.

나를 컨트롤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잘 쓰는 게 아니다. 감정을 조율하고, 흐름을 회복하고, 쏟아지는 불안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나 자신과의 협상이 매일 깨지고, 어떤 날은 아예 전투가 된다. 계획을 지키는 일보다, 계획을 망친 나를 미워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어쩌면 매일 나를 설득하고, 타이르고, 다독이는 일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명령도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건 결국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가 관건이라는 말이고, 그 관계가 하루라도 삐끗하면 모든 균형이 무너진다.

그래서 요즘은 나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망치지 않은 하루를 목표로 하고, 실행한 일보다 마음이 버티고 있다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게 작은 변화고, 조용한 컨트롤일 수 있다는 걸 여전히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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