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다. 프리랜서라는 일을 시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그 때문이었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팀이 바뀌고, 현장이 바뀌고, 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구조. 직장처럼 고정된 관계가 아니라서 더 활발하게, 더 열정적으로 사람들과 부딪쳤다. 어느 날은 처음 본 사람과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또 어느 날은 낯선 공간에서 낯선 팀과 밥을 먹었다. 그렇게 매번 다르지만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는 나날이었다.
처음엔 그게 참 좋았다. 외로울 틈도 없었다. 주변엔 늘 사람이 있었고, 바쁘게 움직이는 일정 속에서 나는 꽤 생기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몇 년쯤 지나고 나니까,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많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메신저 목록은 길어졌는데, 진짜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 있었다.
어떤 파도는 그냥 지나가고, 어떤 파도는 모래까지 쓸고 나간다. 내 안에 남아 있어야 할 것들까지 함께 데려가버리는 그런 감정. 그때 나는 알았다. 프리랜서라는 말의 다른 이름이 론리니스일 수도 있다는 걸.
혼자 일하고, 혼자 정리하고, 혼자 감당하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혼자 살아가는 감정은 여전히 낯설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외로움은, 단지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함께 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 사람’이 없다는 데서 온다는 걸 이제야 안다.
사람을 만날수록 외로워지는 감정. 그건 프리랜서라는 방식이 가진 근본적인 공허함일지도 모른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락도 끊기고, 다음 계약이 시작되면 또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더 혼자가 되어갔다.
혼자 있는 건 익숙해졌는데, 혼자인 것 같다는 감각은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오래 곁에 두지 못했던 내 삶의 방식이 어긋나는 순간, 나는 여전히 작아진다.
다만, 내 삶에 잠시 들렀던 누군가와의 시간이 부디 가볍지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 또다시 헤어지더라도, 그때 내가 혼자가 되더라도, 그 시간만은 진심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감정까지도 내가 책임지는 삶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