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리랜서들이 팀을 꾸리면

오늘도 우리는 허공 위에 성을 쌓는다

by 메이다니

프리랜서라고 해서 모든 걸 혼자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팀을 이루어 일한다. 직급도 있고, 역할도 있고, 기한도 정해진다. 하지만 정규직처럼 정식으로 임명되거나 체계적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의 필요에 따라 어설프게 짜인 구조다. 모두가 프리랜서라서, 위계를 세우는 방식도 늘 엉성하다. 마치 처음 군대가 만들어질 때처럼, 처음 회사가 시작될 때처럼, 처음 학기가 열리는 교실처럼. 누구나 주장을 하고, 누구는 나서고 싶어 하고, 누구나 뒤로 숨고 싶어한다. 다들 자유 속에 살아가는 프리랜서 이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대로 굴러가길 바란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이 꾸린 팀은 시작은 항상 어수선하고 주관적이다.

처음 몇 주는 기싸움도 한다. 책임은 서로에게 넘기기 쉽고, 기준은 제각각이다. 그러다 반년쯤 지나면, 어렴풋하게나마 틀이 잡히기 시작한다. 역할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리더십을 잡는 사람도 생기고, 일의 흐름이 매끄러워진다. 모두가 힘을 합쳐 겨우 세워올린 하나의 작은 성. 모두가 팀을 꾸린 첫날 갖고 싶어했던 그런 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쯤 되면 프로젝트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기한은 다가오고, 계약은 종료되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몰려든 파도가 해변에서 부서지듯, 힘겹게 쌓았다고 해서 성이 계속 존재하길 바라는 이들은 없다. 우리는 그때 다들 각자의 진짜 성으로 돌아갈뿐.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이런 때 어울린다. 힘들게 쌓은 성은 처음부터 오래 버티지 못할 운명이었던 거다. 아, 버티지 않아도 될 운명이었던 것이지.

어떤 팀은 애초에 성을 쌓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규칙 없이, 틀 없이, 어설프게만 일한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만큼 더 고단하고, 어쩔 때는 더 피폐하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성도 허물어지고, 아예 성 없이 버틴 프로젝트도 허무하게 끝난다. 이게 프리랜서가 누리는 자유였구나,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자유,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지 못하는 자유.

그런 순간에는 고리타분해 보였던 대기업 조직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틀 안에서 굴러가는 시스템, 누군가 빠져도 여전히 돌아가는 구조. 나 하나 없어도 여전히 무너지지 않는 성.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규칙과 절차를 만들었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돌아가기는 쉽지만, 버티기는 어려운 세계. 매일 허공 위에 성을 짓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혼자 균형을 잡고 있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바쁘지 않은 날, 나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