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SNS에서 이런 글귀를 본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
1. 기대지도 기대하지도 말 것
2. 굳이 잘해주려 하지 말 것
3. 먼저 연락하려 하지 말 것
4. 이해하려 애쓰지 말 것
처음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사람들에게 기대고 애쓰는 게 결국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정말 저렇게 살아야 할까? 상처를 피한다고 해서, 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을까?
사람은 결국 다 다르다. 살아온 시간과 배경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마음도 다르다. 좋아하는 방식도, 표현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내가 느끼는 방식대로 이해받고 싶어 한다. 마치 내 삶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런 전제로 관계를 맺으니 당연히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건 중요하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표현 방식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관계는 많이 달라진다.
나는 인간관계가 서툰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도 어렵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도 내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한때는 SNS에서 봤던 저런 글귀들처럼 살려고 했다. 기대하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고, 나를 닫아걸면서. 그러면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관계를 끊어낼수록 더 외로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관계를 이어가는 건 결국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란 걸. 내 마음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반드시 상처는 생긴다. 하지만 그 상처들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 과정을 통해 더 깊어지게 된다.
물론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가 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맞지 않는 사람, 나를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사람. 그런 관계는 정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상처를 피하려고만 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이 없다는 말,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면 편하다는 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선을 그으면 결국 남는 건 혼자뿐이다. 아무리 상처가 두렵더라도, 관계를 맺는 일은 결국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상처 없는 성장은 없다. 아픔 없이 무언가를 얻으려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다. 모든 경험은 크든 작든 아픔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아픔이 사람을 조금씩 성숙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감정,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상처받는 게 두렵지만은 않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다 생긴 상처라면, 그건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니 너무 많이 아프지는 말길. 하지만 조금은 아파도 괜찮다. 그 상처들이 당신을 성장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상처들을 돌아봤을 때, 그게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될 날이 올 거다.
그러니까 상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관계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