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바뀐다고 대단히 달라지는 건 없다.
어릴 땐 왜 그렇게 새롭다고 느껴졌을까. 사람들이 정해놓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리셋될 뿐인데 말이다. 한 살 더 먹는 것도 결국엔 그냥 숫자가 올라가는 거고, 1분 전과 지금이 다를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어릴 때는 새해가 되면 스스로를 다잡곤 했다. 뭔가 어른이 된 것처럼 느껴졌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는 게 꽤 의미 있어 보였다. 나름대로 다짐도 했었다. 무슨 대단한 변화라도 이뤄낼 것처럼 굴었던 게 떠오른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올해는 좀 달랐다. 새해가 바뀌는 걸 대수롭지 않게 넘겨보기로 했다. “뭐가 달라지겠냐”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시간은 시간일 뿐이라고. 어차피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텐데 굳이 호들갑 떨 필요 있나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새해를 무덤덤하게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1년이 지나 연말이 다가오니 기분이 묘하다. 올해는 유난히 재미없고 무기력한 시간이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건 없었지만, 그 흔한 “새해엔 더 잘해보자”는 다짐조차 없었던 게 원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단순히 시간의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만으로도 꽤 동기부여를 받는 사람이었나 보다. 새해가 되면 뭔가 새롭다고 착각하면서, 그 착각 덕분에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다.
이제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어설프게 흘러가버린 시간들은 깔끔하게 포장해서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과거를 전부 짊어질 필요는 없으니까. 버릴 건 버리고, 새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나를 설득해봐야 할 것 같다.
2년짜리 묵은 다짐은 이제 1년짜리로 줄이기로 했다. 1년쯤의 무게라면 내가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라는 생각은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도 새해가 된다고 뭔가가 확 바뀌는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무뎌지면서 바뀌어가는 게 어른이라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더 성숙해진 내가 있었길 바라며, 내년엔 새롭고 신선한 한 해를 만들어봐야겠다. 조금은 어설프게, 조금은 뻔하게. 그래도 계속 나아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