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계절

by someformoflove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내 사랑에는 사계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치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종종 여름에 두꺼운 니트를 입거나 겨울에 반팔을 입고 다닌다. 따뜻해야 할 계절에 추위를 느끼거나, 추워야 할 때 더위를 느끼는 일이 잦다. 분명 춥거나 덥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감각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


나는 그런 불편함을 그냥 견디는 편이다. “춥네” 혹은 “덥다”는 생각은 들지만, 곧 익숙해진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그 어긋남 속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내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결국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인다. 어쩌면 내가 그 상황을 참는 데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도 그렇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나는 종종 나 자신을 의심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맞는 걸까?”, “이 상황에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하고 말이다. 그 의심은 항상 나를 흔들고, 나는 결국 상대가 보이는 태도와 환경을 우선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에 생긴 흠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겨버린다. 어차피 남을지 남지 않을지 모르니까.


나는 무딘 사람이다. 나의 모든 태도는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내 마음속에서는 분명한 감각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것을 밀고 나가지 못한다. 대신 환경과 상대를 먼저 읽고, 그것에 맞춰 나를 조정한다. 그러다 보면 종종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은 저 뒤로 밀려나고, 얇은 껍질 같은 나만 남는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계절처럼 어긋난다. 누군가는 내 안에 있는 차가운 겨울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내 안의 뜨거운 여름을 경험한다. 나는 그들이 나라는 계절에 익숙해지길 기다린다. 내 스스로 완벽한 봄날이나 선선한 가을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를 그들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내 모습은 계절처럼 변덕스러워지고, 어떤 날은 봄 같다가도 갑작스럽게 겨울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런 내가 때로는 미안해지기도 한다. 내 안에 있는 계절의 불균형이 그들에게 혼란을 줄까 봐. 하지만 나는 나를 숨기고 싶지 않다. 진심을 담아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 비록 내 감각이 무뎌서 어떤 계절을 정확히 전하지 못한다 해도, 그들에게 나의 기온을 조금씩 알리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나의 온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나의 계절 속에서 자신만의 옷을 찾기를 바란다.


그러나 솔직함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본모습을 보여주려 애쓸 때마다, 나의 무딘 껍질에 틈이 생기고 그 틈 사이로 작고 날카로운 생채기들이 스며든다. 그런 상처들이 쌓여도 나는 다시 나를 닫거나 숨기지는 않는다. 그렇게 무뎌진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을 애써 견디며, 마치 계절이 바뀌듯 그저 지나가도록 둔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관계는 결국 지나간다. 사랑이든, 계절이든,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든, 그것은 항상 나에게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다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그것들은 내가 무뎌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추위 속에서도, 더위 속에서도,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겨울 속에 반팔을 입은 채 서 있다. 마음은 춥지만, 추위는 곧 익숙해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춥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사계절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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