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말들

by someformoflove

그대는 잘 지내고 있나요?

묻는 것조차 실례가 될까 두려운 마음에, 내 안부는 글로 대신하려 합니다. 나 역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속엔 어느 한구석 진실이 담기지 못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시간을 지나쳐 떠나온 후로, 당신을 향했던 모든 단어들이 점점 빠르게 내 안에서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 단어들이 내게 더는 쓸모없다는 듯, 분해되고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애써 그것들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당신을 더 떠올리지 않으려는 노력은 곧 당신을 지우려는 또 다른 몸부림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이에서 가장 먼저 잊힌 말은 ‘보고 싶다’였습니다.

이 단어는 당신과 나 사이에서 가장 빨리 태어나 자리 잡았지만, 우습게도 가장 빨리 떠나가려 했습니다. 왜일까요? 보고 싶은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감정이 나를 더 괴롭히기 때문이었을까요? 나는 종종 생각합니다. 어쩌면 당신을 그리워하던 그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당신을 망각하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를 희미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고요. 그렇게 나는 당신을 더 이상 ‘보고 싶다’고 부르지 못한 채, 그 단어를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한 흔적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 때문에 시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과의 삶이 불안했기에 매달리듯 시작했던 그 일이, 지금은 당신과의 이별로 생겨난 불안감 위에 나를 얹어두고 버티게 합니다. 당신이 내 안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저 견디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는 노력이 내가 붙들 수 있는 마지막 줄임을 알면서도 말이죠.


이런 나의 마음을 굳이 당신에게 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언가가 마음 한구석을 찔러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당신이 떠난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그때의 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봄날의 공기는 내게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글도 결국, 그날의 봄에 닿아버릴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은 힘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후회로 남은 이 감정들은 당신에게 닿을 수 없는 것이 다행입니다. 나는 이 불안과 슬픔을 당신과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나 혼자만의 문제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을 찾지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당신이 내 안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그 사라짐 속에서 내 삶도 조금씩 자리 잡기를 바랄 뿐입니다.

keyword
이전 26화사랑은 잠시 멈춤.